농약 값 결정 안돼 농사철에 구입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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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못자리 설치 등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었으나 농림 당국이 살충제 등 농약 값을 정하지 못해 전국의 농민들은 농약구입을 둘러싸고 바쁜 농사철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의 전국 각 시·군 지부는 농약공급을 꺼리거나 도는 지난해의 값으로 공급하면서 올해가격이 결정되면 차액을 지불하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한다.
또 수원 등 일부지역에서는 아예 지난해 공급가격의 2배 이상 올린 값에 팔고 농약공급가격이 결정되면 더 받은 돈은 환불해주겠다고 약속, 농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고 일부 농약상들은 농약 값이 오를 것을 예상, 판매마저 기피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번기에 접어들어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데 농약대 차액을 결산하려면 다시 한번 농협을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됐다며 불평하고 있다.
【대구】농협경북도지부가 올해 공급할 각종 농약은 모두 1천3백25t. 값이 결정되지 않아 공급을 줄곧 미뤄오다가 최근 『가격이 인상되면 그 차액을 무이자로 오는 연말까지 상환한다』는 각서를 받고 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오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농협출자금·단기농사자금·비료대금에다 농약 값까지 겹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수원시는 지난달 20일부터 관내 1천4백여 벼 재배 농가에 소독약인「메르크론」2천89봉지(20g들이)를 공급하면서 1봉지에 지난해의 13원보다 l백20%올린 28원씩 공급했다.
이밖에 시는 수도 묘판과 본답에 뿌릴 살충제 5천6백86㎏과 살균제 4천3백42㎏의 공급계획을 세워놓고도 값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시중에서 농약을 사 쓰고 있는 형편으로 당국의 빠른 시일내 농약공급을 호소하고 있다.
【전주】농협전북도지부는 요즘 농약 방출기를 맞아 볍씨소독용「메르크론」과 모잎 마름병 예방약인「다찌가랜」을 『가격이 오를 경우 즉각 차액을 납부하겠다』는 각서를 받고「메르크론」20g에 13원,「다찌가랜」3㎏엔 4백93원에 팔고 있다.
농협도지부 관계자는 『농수산부의 지시에 따라 가수요를 막아 많은 농가에 골고루 공급키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포】신안군 농협이 이른바「농약각서 판매제」를 실시함으로써 농민들은 이 때문에 종자소독용 살균제의 구입을 꺼리고 시중 농약상에서 20g들이 한 봉지에 지난해 가격 13원보다 7원이나 비싼 20원씩에 구입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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