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0일부터 집단휴진 정부 "참여 땐 형사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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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은 없다.”

 의사협회가 10일로 계획하고 있는 집단휴진에 대해 2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설명이다.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권 정책관은 “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나선다 해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환자 진료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급상황에 빠진 환자가 갈 병원이 없어 발을 구르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1일 의협은 집단휴진을 위한 회원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회원 9만 명 중 4만8861명이 참여해 3만7472명(76%)이 집단휴진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꾸길 원하는 의사들의 절박한 심정이 표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집단휴진의 동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참여율도 낮고, 장기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권 정책관은 “의협 투표에서 휴진 찬성이 높게 나온 것은 그동안 의료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지 정말 휴진을 원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 반대 집단휴진 때도 사전 설문에서 80%가 찬성했지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원급 기관의 26~36% 참여에 그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원의들도 집단휴진 참여에 신중한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서울의 한 의원 원장은 “파업에 찬성한다고 투표한 것과, 실제 참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학병원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국 개원의들만 전면에 나서 상처를 입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전공의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환자가 많은 대학병원까지 파업에 동참하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집단휴진 카드를 접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노 회장은 이미 배수진을 친 상태다. 노 회장이 전권을 부여한 의협 협상단과 복지부는 다섯 차례의 만남 끝에 지난달 18일 ‘원격의료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재논의하고, 의료법인 자회사는 부작용이 없도록 의협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내용의 협의문을 발표했다. 노 회장이 이걸 거부하고 집단휴진을 이끈 만큼 없던 일로 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복지부 권 정책관은 “협상단은 대화 자리에서 ‘우리에게 충분한 권한이 있다’고 했다”면서 “회장이 갑자기 그걸 뒤집고 휴진을 하겠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단휴진이 대규모로 이뤄지기는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의협 내부 갈등이 만만치 않다. 협상단장을 맡았던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은 노 회장이 협의 내용을 부정하자 “허무하다”며 반발했다. 1일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는 의협 집행부 연석회의에서 노 회장 곁에는 16개 시·도의사회장 중 3명만 자리를 지켰다.

 더군다나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 휴진 참여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에 나설 경우 구성사업자(회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공정위에 고발하고 참여 병·의원은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할 계획이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정책현안 점검회의에서 “의사협회가 정부와 협의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까지 한 뒤, 이를 부인하고 집단휴진을 결정한 것은 국민 누구도 용인치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라”고 복지부에 지시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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