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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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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대 초 선원생활로 시작해 세계 1위 수산기업을 일군 김재철 회장은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모험 정신으로 청춘이다. [최효정 기자]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 사무엘 울만(1840~1924) ‘청춘’ 중에서

시를 읽으며 문학적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감상에 빠진 적은 별로 없다. 내게 시는 응축된 인생의 경구 같은 것이었다. 가난한 나라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잘사는 미래를 꿈꾸었던 젊은 시절은 고단했다. 그 시절, 내게 필요한 것은 고난을 견디고 끝내 성취할 거라는 용기 어린 질책이었다.

 나는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다이어리 맨 앞장에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것에 의해 인생은 성장하니까’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을 써넣곤 했다. 원양어선에 몸을 싣고 몇 년을 바다 위에 살며 무수히 죽을 고비를 넘겼던 내 청춘 시절,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바다에서 듣는 천둥소리였다. 천둥이 칠 때면 나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중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를 외곤 했다. 그러면서 ‘성취를 하려면 천둥 같은 고난을 이겨야 한다’며 나 자신을 다잡았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던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이를 많이 먹어 있었다. 벌써 팔순. 이때 내게 용기를 준 시가 ‘이상을 잃어버릴 때에야 비로소 늙는 것’이라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었다. 나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살려 한다.

 ‘당신의 기개가 낙관주의 파도를 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로도 청춘의 이름으로 죽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