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일단 환영" 속내는 복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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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최대 계파로 불리는 친노 진영은 2일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통합 선언을 일단 환영했다.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를 민주당과 함께 하자는 것은 지난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 때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온 입장”이라며 “다소 늦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통합 선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측근인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윤 의원은 “안 의원이 정치를 재개할 때부터 문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하는 게 독자 신당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노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안 의원 세력과 비노로 분류되는 김 대표, 지난 대선 때부터 연대설이 있었던 손학규 상임고문 등과 손을 맞잡을 경우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4일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오찬 회동 이후 일부 친노 의원들은 "김 대표는 당 개혁보다 안 의원과의 연대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윤호중 의원은 "우선은 안 의원 측과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지만 김 대표가 앞으로 충분히 설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와 안 의원 측이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문 의원과 안 의원의 '리턴 매치'도 불가피해졌다. 문 의원은 이미 2017년 대선 재출마를 시사한 상태다.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추진해온 이유도 결국은 2017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친노 세력과 앙금이 쌓인 안 의원 측이 친노 그룹과 한지붕에서 갈등 없이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 안 의원 측 인사들은 공공연히 친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제3지대 신당이란 건 안철수라는 아이콘으로 헤쳐모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에서도 다 신당으로 오기보다 신당이 추구하는 정강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만 오면 좋겠다"고 했다.

제3지대 신당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초ㆍ재선 의원 22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내 혁신모임 ‘더 좋은 미래’의 김기식 의원은 “통합이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당의 정강정책, 정체성과 기조가 흔들려선 안된다”며 “현 지도부가 빚어 온 ‘우클릭’ 논란은 더 이상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조가 중도를 아우르겠다는 안 의원 측과 무난히 융합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부터 광역선거 후보 공천은 물론 지역위원장 선정까지 '비노+안철수' 진영과 친노 진영이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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