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이라크군, 종군기자 보고 "항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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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영국 연합군이 파죽지세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가운데 전의를 상실한 이라크군의 집단 투항이 속출하고 있다.

기다렸다는 듯 군복을 벗어버린 채 백기를 들고 나오는 이라크 군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일부 병사들은 전장을 취재하는 서방 종군기자들을 연합군으로 착각하고 항복하는 해프닝도 빚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음은 AFP통신 종군기자가 묘사한 이라크군의 집단 투항 상황.

바스라에서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상에서 이라크 병사들이 부대 깃발 대신 백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고, 깃발이 없는 병사들은 손을 흔들어 항복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부 병사들은 취재차량에도 항복 의사를 밝혀와 종군기자들이 차를 멈추고 항복한 병사들을 미군에 넘겨주는 일까지 해야 할 정도다.

이들의 항복 물결을 보면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지역에 있는 부대를 제외하곤 전쟁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진하고 있는 미 해병대는 폭주하는 이라크 투항병들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해병대 병사들은 이라크군을 도로 양쪽에 꿇어앉혀 놓고 신분확인을 하는데 장교를 대상으로는 필요한 정보도 파악한다.

일부 이라크 병사들은 아예 군복을 벗은 티셔츠 차림으로, 또는 어디서 구했는지 민간인 복장으로 항복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사프완에 진주하는 미 해병대에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의 뜻을 표시했고, 미군의 레이션 키트를 받아 든 한 소년은 얼굴에 초콜릿을 묻힌 채 "아메리키 아메리키"라고 외쳐대고 있다.

미 해병대를 따라 전선을 취재하고 있는 종군기자들은 이라크군의 저항을 거의 목격하지 못했다

미 1해병원정대 롭 애버트 중령은 "이라크군의 집단 투항이 1991년 걸프전 때 상황과 유사하다"며 "전투의 공포에서 해방됐기 때문인지 투항병들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중무장을 한 채 이라크 투항병들을 감시하던 한 해병대 병사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에 온 지 두 시간밖에 안됐는데 벌써 한 트럭 분의 포로들을 잡았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정리=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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