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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포장의 「카드뮴」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우리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섭취되고 있는 많은 음식물 중에는 도리어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늘어나 새로운 사회악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식품공해」가 바로 그것이다.
유해식품의 범람 속에서 소비자들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불안과 위험에 찬 식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솔직히 말해 어느 것 하나 마음놓고 먹을 수 없고, 안심하고 마실 수 없게끔 됐으니 가히 식품 「노이로제」에 걸렸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쌀에는 수은, 소채나 과일엔 농약, 어패류엔 수은·방사능, 과자나 빵에는 유해색소, 콩나물엔 수은, 두부·간장·식초·술·청량음료 등에는 기준량을 훨씬 넘은 방부제 등이 들어있어 그런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아왔다.
대기오염·해양 및 하천오염 등의 환경오염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이 같은 식품공해는 마침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보건당국의 감독 소홀과 일부기업들의 사욕 때문에 잇달아 일어나는 유해식품의 홍수 앞에 효과적인 자구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희생만 강요당하는 소비대중에게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한 공해연구소가 조사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과자·사탕 등 각종 식품의 포장지로 사용되고 있는 합성수지 PVC에서 인체에 극히 해로운 납·「카드뮴」등 맹독성 중금속이 다량 녹아 나온다는 것이다.
납과 「카드뮴」은 미량이라도 계속 섭취하면 체내에 쌓여 급·만성 중독을 일으키는 맹독성 중금속으로서 공해문제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구마모또현의 「메틸」수은에 의한 「미나마따병」(수오병 사건), 후지야마현 가미또오가와 유역의 「카드뮴」에 의한 「이따이 이따이」병 사건은 일본국민을 공해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이 병명은 마침내 국제어화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미량이라도 계속 섭취하면 골연화 현상을 일으켜 뼈를 흐늘흐늘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섭기 그지없는 「카드뮴」이 식품 포장지에서 녹아 나온다는 이 충격적인 연구보고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신속하고도 실효성 있는 대책의 수립을 촉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식품공해에 대한 무방비상태에서 하루바삐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의 발달, 도시화의 진전에 수반되어 발생하는 이 공해문제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애써 이룩한 경제적 성장이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될 뿐 아니라 자손대대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안겨 주는 것이 될 것이다.
환경오염과 함께 식품공해대책을 세우는 보건당국의 더욱 철저한 감독·지도가 있어야함은 물론 최신 공해방지기술의 도입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식품포장 및 용기에 대해서는 납·「카드뮴」 등의 검출을 규제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하니 이런 법적 미비점부터 시급히 개정·보완돼야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대소를 막론하고 모든 식품제조업자들은 그들이 만드는 식품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자각, 공해방지에 더 많은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지만, 소비대중도 권리의식의 각성으로 적절한 공해추방운동을 일으켜야한다. 공업후진국이 공해선진국이 되는 비극을 늦기 전에 효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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