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갈 곳도 이젠 없다" 공포에 질린 「사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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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이공 3일 외신종합】공산군이 1백 60km 거리까지 근접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사이공」에서는 정부가 가로등에 매달아놓은 「스피커」에서 총성·포성·수류탄 터지는 소리들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승리를 강변하는 정부의 선전과 공산군의 「사이공」 침공을 불가피한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정부의 선전을 믿지 않는 시민들 사이에 거리감이 조성되면서 갖가지 전쟁 「히스테리」현상이 전 시가를 휩쓸고있다.
돈 있는 일부 시민들은 해외로 떠나기 위한 출국「비자」를 내는 창구 앞에 장사진을 치고있으며 각 시중은행에는 예금인출 소동을 빚어 월남 최대은행인 「베트남·투옹·틴」 은행은 벌떼같이 몰려든 예금주들의 아우성으로 개점 1시간만에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빚었다.
지난 3일간의 예금 인출액은 공식추산에 의하면 약 6천만「달러」에 달했으며 「달러」화는 계속 치솟아 암시장에서는 공정환율의 2배인 「달러」당 1천 5백「피아스타」에 「달러」가 거래되었다.
돈 없는 시민들은 『이제는 피난갈 곳이 더 없다』는 체념 속에 「베트콩」군이 침공하는 날 그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사원과 교회로 모여들어 기도를 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이 같은 공포 분위기와 무정부 상태를 극복,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수도 「사이공」 통금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사이공」시내 요소 요소에 군대를 배치, 누구든 법을 어기고 체포에 항거하는 자는 현장에서 총살토록 명령하는 등 수도권 일대에 일련의 새로운 보안조치를 취함으로써 「사이공」은 완전한 공포 분위기에 휘말려 들어갔다.
한때 부유층 인사들이 드나들던 「레스토랑」은 텅 비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한 미모의 「바·걸」이 『우리는 갈 곳이 없다. 나는 쌀과 마른 생선을 사두었다. 「베트콩」이 오면 나는 문을 잠그고 부처님께 기도하며 사태를 기다릴 작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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