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물 투기 「붐」은 왜 일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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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돈이 몰려다니고 있다. 증권으로, 부동산으로, 암「달러」로 「마라푼타」처럼 엄습하고 있다.
돈이 얼마나 늘었느냐보다 돈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통화 추세는 결코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돈이 생산 과정에서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투기 과정에 몰려 있는 것이다.
1천만원대의 「아파트」가 짓기 3개월 전에 매진되어 1백만원 대의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는 사실은 최근 「피크」에 이른 환물 투기 실태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투기를 찾아 단자 회사 돈과 요구불 예금이 썰물같이 빠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한 달에 50억∼70억원씩 늘던 단자 회사 여신이 금년 들어선 거짓말 같이 끊겼다.
금년 들어 취로 사업 재정 융자의 조기 집행과 관련, 집중적으로 풀려 나간 돈이 환물 투기에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금년 들어 2월말까지 금전 신탁도 68억원이 오히려 줄었다.
장기성 저축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불 예금도 최근 들어선 많이 줄고 있다. 저축성예금은 다소 늘고 있으나 그 동안의 대출 및 통화 증가에 비추어선 만족할만한 정도가 못된다. 이러한 저축 부진과 관련, 정부는 4월1일부터 단기 저축성 예금의 금리를 일부 올리기로 했다.
최근의 환물 투기 「붐」은 근본적으로 안정 기조에 대한 일반적 불안에 기인된 것이다.
1월중에 5·6%가 오른 물가가 2월중엔 0·5%로 둔화되기는 했으나 안정 기조가 정착했다고는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2월중에 파다하게 터진 통화 개혁설도 환물 투기의 자극 요인이 된 것이 틀림없다.
정부의 공식 부인에 의해 통화 개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국민들은 아직 선뜻 믿으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볼 때 현재 통화 개혁을 할 여건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8·3조처 등 몇 차례의 충격적 조처를 경험한 국민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을 아주 떼어버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물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는 길은 통화 가치의 안정뿐이다. 정부에서 말로써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써 통화 가치 안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야 한다. 즉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정부가 권하는 대로 은행 저축을 하고 증권을 사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경험은 정부가 권하는대로 했다가 손해 보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환물 투기는 결코 법적 규제나 제도만으로 정상화시킬 수 없다.
정부의 모든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장기적 「비전」에 입각한 안정화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단기적 편법은 결국 경제적 왜곡을 낳고 만다. 최근의 환물 투기 풍조도 최종적 책임은 그 동안 국민들에 신뢰를 못 준 정책에 귀속돼야 할 것이다.
환물 투기열을 식히고 돈을 정상 「채늘」을 통해 생산 과정에 「링크」 시키려면 푼돈이 돈을 모아 은행 저축을 하거나 증권을 산 사람이 장기적으로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평범한 것 같지만 가장 확실한 길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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