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동북아 삼각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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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은 “실망”이었다. 아베 총리가 취임 할 당시는 민주당 정권과 달리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협조하는 등 미일관계 호전에 공을 들여 미국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지나친 국가주의적 행동이 한중(韓中)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어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때보다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다.

얼마 전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아베 총리 측근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하였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오히려 실망한 측은 우리 일본이다.”면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또한 지난 달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어느 세미나에서 “미국은 누가 친구인지 누가 문제아인지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재국을 협박조로 비난하였다. 이와 같이 최근 일본 지도자들은 미국이 중시해야 할 동맹국을 무시하고 중국 편을 들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분개하는 등 오히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보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중국의 왕이(王儀) 외교부장은 미중 수교 35주년을 맞아 “미국은 중국이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행동으로 인정하라”고 미국에 압력을 넣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캘리포니아 사니랜즈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음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이 중국에 대한 포위라고 경고하고 미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영토분쟁에 끼어들어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대중무역(2013년)은 수교 당시(1979년)의 200배인 5000억불로 늘었고 연간 400만 규모의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교역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공존공영(共存共榮)의 관계로 발전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 일본과 경제 파트너인 중국 두 나라의 관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문제와 무분별한 행동이 중국의 강경파를 자극하여 중일간의 미묘한 균형이 깨지고 결국은 미국의 국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국이 세계 2차 대전 승리 70주년(2015년)을 맞아 “일본은 전후 레짐(질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러시아와 함께 과거 전승국 연합을 이루어 일본을 포위하는 사태까지 발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은 동맹국 일본과 함께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면서 중국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치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정치제도로 개혁되기를 바라고 있다. 더구나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세계 2-3위의 경제대국인 중일관계의 악화는 아시아 경제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최대의 리스크가 되고 있음에 우려하고 있다. 중일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풀어야 하는 동북아 삼각함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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