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탈 미국」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전세계를 휩쓸었던 자원파동과 관련하여 미국의 뒤뜰이라 할 중남미대륙에서 최근 자원「내셔널리즘」을 배경으로 「탈 미국」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자원 방위를 목적으로 「멕시코」와 「베네쉘라」가 중심이 되어 구체화하고 있는 이 움직임의 첫 결실은 『「라틴아메리카」경제 「시스팀」』(SELA)이라 불리는 새 경제기구.
SELA창설의 움직임을 보면 이 기구가 미국을 배제하는 대신 사회주의국가인 「쿠바」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두드러진 특색. 이는 중남미국가들이 「탈 미국」의 색채를 띠게 된 것으로 평가돼 그동안 중남미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SELA 창설을 주도해온 「멕시코」와 「베네쉘라」에서 『미국이 가입하고 있는 미주기구(OAS)와는 별개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SELA에는 「쿠바」를 가맹시키고 미국을 배제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음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탈 미국바람은 잔학한 고문과 인권탄압을 자행하여 전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칠레」군정수립에 미국CIA가 개입됐었다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중남미에는 지난해부터 금년까지 OAS·「키토」회의 중남미 수뇌회의 등 일련의 회의가 개최됐으나 그 저류에는 미국이 파문한 그 「쿠바」를 중남미공동사회에 복귀시키자는 소리가 강하게 나온 반면 미국과는 거리가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SELA가 실현되면 중남미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한발 벗어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분석이다.
SELA 창설문제는 지난해 7월 「멕시코」의 「에체베리아」 대통령이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5개국을 순방하던 중 「페루」의 「리마」에서 그 구상을 밝힌데서 비롯된다. 이 구상에 대해 석유자원국인 「베네쉘라」가 즉각 찬성하고 나서 두 나라가 주축이 SELA창설을 위한 정지작업을 끝내고 최근 중남미각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외교공세를 벌이고 있다.
「멕시코」는 중미와 「카리브」해 제국에, 「베네셀라」는 남미각국에 특사를 파견해「쿠바」를 비롯하여 「콜롬비아」 「코스타리카」가 이미 찬성의 뜻을 표시했고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베네셀라」의 「페레스」대통령이 오는 3월16일 「멕시코」를 방문하고 「에체베리아」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SELA창설을 정식으로 공포할 예정으로 있어 SELA창설은 「시간문제」랄 정도로 급진전되고 있다.
SELA가 앞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지만 현재로선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에체베리아」대통령이 『중남미의 공통의 경제문제를 세계적 시야에서 검토, 그 전략을 마련하고 중남미의 자원개발을 효과적으로 행하는 영구적 기구』라 규정하고 있고 「페레스」대통령은 『중남미의 자원 및 경제문제를 폭넓게 협의하는 기구』라고 지적한 것으로 보아 SELA가 자원「내셔널리즘」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