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LPGA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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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지애(26·미래에셋·사진)가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회원 자격을 스스로 반납(Membership Resign)했다.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가 열린 23일 LPGA는 “신지애가 지난 1월 메일과 전화로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LPGA 투어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은 “신지애 같은 스타를 볼 수 없게 된 건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신지애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내린 결정이기에 존중한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이름은 이미 LPGA 홈페이지 회원 명단에서 사라진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신지애는 2주 전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해야 했다. 호주여자오픈은 지난해 신지애가 우승했던 대회다. LPGA 관계자는 “전년도 우승자가 불참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신지애는 그 이전에 회원 자격을 반납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지애가 미국 투어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2014년부터 미국보다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비중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일본 투어에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었지 LPGA 투어 회원 자격 반납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상 신지애의 결정은 이미 그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JLPGA 투어는 풀 시즌 인정 조건을 ‘60% 이상 대회 출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올 시즌 37개 대회 중 22개 이상을 출전해야 한다. 신지애는 “미국 투어 포기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이왕 일본 투어의 비중을 높이기로 한 이상 한쪽에 올인하기로 했다. 양쪽을 오가며 무리하면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했으니 올 시즌 일본 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지애의 결정은 미국에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외로움에 지쳤고, 코스 전장이 점점 늘어나 비거리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의 회원 자격 반납은 과거에도 있었다. LPGA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했던 김영(34)과 강수연(38) 역시 일본 진출을 위해 2010년과 2011년 LPGA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 그러나 신지애는 그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L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까지 올랐고, 올해 스물여섯 살로 전성기를 지난 것도 아니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신지애의 부재로 LPGA 투어 내 한국의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승 확률도 떨어질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우승했고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갑자기 회원 자격을 반납한 것은 아쉽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4일 연세대 체육교육과를 7년 만에 졸업했다. 졸업식을 마친 뒤 27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HSBC 우먼스 챔피언스 출전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이 대회는 2월 말로 미래에셋과의 후원 계약이 끝나는 신지애가 미래에셋 모자를 쓰고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다. 신지애는 이 대회에 LPGA 회원이 아닌 역대 우승자(2009년) 자격으로 출전한다. 신지애는 회원 자격은 없어졌지만 스폰서 초청으로 최대 6개, 세계랭킹을 유지하면 메이저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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