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중동사태의 새 인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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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월말에 있었던 「사다트」「이집트」대통령의 「파리」공식방문은 앞으로의 중동사태 전개에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할 새 인자로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집트」원수로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서방측을 공식 방문한 「사다트」가 방문지를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파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중동문제의 추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중동문제가 미국과 소련 두 강국의 주도권아래 요리돼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이번 「프랑스」-「이집트」정상회담은 양국의 상호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3년 가을 중동전 이래 심각한 석유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프랑스」의 「지스카르-데스텡」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입장을 개선하기 위해 OPEC(석유수출국기구)등 제3세계전체에 적극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고, 또 「사다트」대통령은 중동문제 해결에 미·소 양국의 압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다 유리한 기반을 조성하려고 시도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프랑스」, 「이집트」정상회담은 지금까지 미·소 양국에 의해 요리되어왔던 중동문제전개에 「프랑스」라는 제3자가 등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동평화실현에 있어 미·소의 영향력과 주도권은 상대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프랑스」가 과연 중동해결에 어떤 방안을 제시하고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아랍」국가들로서는 미국과 소련의 압력을 어느 정도 피하는데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드골」대통령이래 「프랑스」의 중동정책은 미국보다는 소련 측에 기울어져있고 「아랍」제국은 미국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있는 「프랑스」에 친근감을 느낀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석유위기와 관련한 서구 석유소비 국 단결을 부르짖는 미국주장에 동조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다트」방불의 가장 큰 목적은 「미라지」F-1전투기를 포함한 무기구입에 있었고 이는 상당히 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지스카르」·「사다트」공동성명에 나타난 양국간의 경제 및 산업분야에서의 협력증진이 중요한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프랑스」는 「이집트」에 대해서 발전소·지하철·석유저장시설·철도통신망·자동차「플탠트」건설계획에 적극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아랍」제국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한「프랑스」와 이를 받아들이는 「이집트」의 자세,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소 양국의 역할 등이 뒤엉겨 앞으로의 중동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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