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욱일승천기 번호판' 논란

미주중앙

입력

조지아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부군기가 2번이나 버젓이 들어간 차량 번호판 디자인(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있다.

18일 조지아 재무부는 ‘남부군기’가 새겨진 차량 번호판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 번호판은 남부의 전통문화 보존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남부군 참전용사의 자손들’ 조지아 지부를 위해 만들어졌다. 번호판 전체 배경에 남부군기가 새겨졌으며, 차량번호 왼쪽에는 남부군기를 활용한 이 단체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남부군기 번호판’에 대해 조지아 흑인 커뮤니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킹 목사가 창단한 남부기독 리더십회의(SCLC)는 19일 “정부가 남부군기가 그려진 번호판을 통과시킨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60년대 흑인들의 무력 투쟁을 상징하는) ‘블랙 파워’라고 써진 번호판이나 통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남부군기가 이처럼 흑인들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부군기’는 노예해방 전 선조들을 괴롭혔던 남부의 폭정 및 흑인들이 겪은 고통과 억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오늘날 일본의 ‘욱일승천기’를 보고 분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번호판 제작을 요청한 ‘남부군 참전용사의 자손들’ 측은 “타인의 심기를 건드릴 의도는 없었으며, 그저 전통을 계승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의 레이 맥베리 대변인은 “누구나 각자의 전통과 유산을 보존할 권리가 있다”며 “남부인들도 남부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남부군기 번호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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