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에 관심 쏟는 와병의 원로|조치훈군 스승 목고실 선생 부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조치훈군의 스승인 일본바둑계의 원로 「기다니·미노루」(목곡실)선생(65)은 동경교의 「가나가와껭(복나천현)의 「히라즈까」(평총) 자택에서 반신불수상태의 와병중이면서도 치훈군의 제3국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있었다.
지난번 두 차례의 대국에서 치훈군이 승리했다는 소식은 와병중의 「기다니」선생을 몹시 기쁘게 했다는 「기마니·미하루」 부인(목곡미춘·65)의 귀뜀이다.
1국과 2국이 끝났을 때 치훈군이 「기다니」 선생을 찾아와 무릎꿇고 인사드리자 선생은 몇 시간 동안이나 기보를 들여다보면서 치훈군의 성장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고 전했다. 「기다니」부인에 의하면 「이시다」(석전방부) 「오오다께」(대죽영웅) 등 쟁쟁한 기사들이 9세 때 「기다니」문하에 입문했으나 치훈군은 6세 때 입문, 최연소 입문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말도 모르고 음식도 맞지 않아 「기다니」부부는 다른 제자와는 달리 신경을 많이 써야 했지만 치훈군이 11세 때 초단에 입단하면서부터는 모든 행동거지가 어른스러워져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다니」선생의 막내가 치훈군 보다 9세나 많아 선생은 늘 치훈군을 친 막내아들처럼 생각하여 다른 제자들에게는 엄했으나 유독 치훈군에 대해서는 자애롭게 대했다고 「기다니」부인은 회상했다.
이러한 「기다니」선생의 각별한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문하생들은 여유가 생기면 간혹 노는 모습도 보였지만 치훈군은 잠시도 쉬지 않고 오로지 바둑에만 전심전력, 입문생활 초창기에 이미 큰그릇으로 성장하리라는 예감을 누구나 갖게 했다고 한다.
『앞으로가 큰일이지만 바둑의 성장과 함께 인간성도 크게 성장한 치훈이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분도 병상에서는 치훈이가 잘될 것만을 하나님께 빌고 있어요.』
문하생의 총 단수 합계가 3년 전 2백단을 기록, 앞으로 2년 후면 3백단을 기록하게 되리라는 「기다니」왕국의 안살림을 맡은 「기다니」부인의 이야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