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보인 IMF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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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통화 회의가 10일부터 l7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다. 「오일달러」의 환류 문제·금가 문제·IMF「코터」증액 문제·IMF금출자분의 SDR대체 문제 등 IMF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토의하고는 있지만 어느 것도 방향 모색 이상의 성격은 아닌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국제 경제 동향은 무엇인가 협조의 방안을 찾지 않고서는 파국을 피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회담의 필요성을 증대시켜 그 때문에 IMF회의도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날로 어두워지는 국제 경제 전망과 IMF를 지배하는 주요 선진국의 내부 사정의 상이성 때문에 어떤 문제를 제기해도 좀처럼 해서는 합의점을 발견키 어렵게 돼 있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때문에 회의는 거듭되어도 그것이 사태 해결과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이며 기껏해야 잠정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오일달러」의 환류 문제만 해도 별도 기구를 두자는 미국의 제안과 IMF를 중심으로 하자는 구주쪽 의견은 본질적으로 다른 정치적 차원을 시사한다. 또 「오일달러」를 제공하는 산유국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환류 방식을 주장하는 선진국의 태도도 본질적으로는 내용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일달러」의 환류 문제는 결국 산유국의 의사와 자금 수요측의 의사가 공통분모를 찾을 때까지는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물론 주요 선진국은 산유국에 대해서 혹은 위혁를 해서 혹은 회유를 해서 소망하는 「오일달러」의 환류와 유가 조정을 기하려 하고 있으나 그러한 방식이 성공하기에는 산유국 세력이 너무나 강력해졌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정치적 「게임」으로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면 「오일달러」는 오히려 그 안정도가 더욱 약화되어 통화 질서를 더욱 교란시킬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또 금가 문제나 금의 화폐적 기능 문제에 대해서도 IMF가 구체적인 합의점을 발견키는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금가를 현실화했으며 미국도 민간의 금보유를 허가했다. 이들 조치가 금폐화로 연결되느냐 아니면 금우위로 연결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전망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면적으로 공공 보유금의 재허가로 연결되고 그럼으로써 형식이야 어떠하든 금우위로 접근할 공산이 커진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 금출자분의 SDR대체는 금의 장래 문제가 분명해지지 않는 한 큰 뜻이 없다. 현실적으로 IMF회원국 중 금출자분을 「코터」 증액에 따라서 이행할 능력이 있는 나라도 적은 이상 SDR대체로 합의될 전망이 큰 것이다. 그러나 SDR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SDR의 공신력을 보증할 방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서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끝으로 국제적인 고율 「인플레」가 명목적인 무역 규모를 급팽창시킨 이상 IMF의 「코터」증액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국제 통화 질서의 장래는 「오일달러」의 합리적인 처리 문제와 유가 때문에 보편화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국제 수지 적자 확대 문제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러므로 현재의 IMF체제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산유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 기구가 새로 출현해야만 안정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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