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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 녹아든 민요의 여백 … 그 소리 경쾌하고 오묘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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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왼쪽부터 리차드 로, 한웅원, 전영랑, 고희안, 최진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즈와 민요의 끈적한 연애는 욕심을 버리면서 시작됐다. 악기를 덜어내고 여백을 받아들이자 두 이질적인 장르는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밀착했다. 10년차 실력파 재즈밴드 ‘프렐류드’가 경기소리꾼 전영랑(31)과 이달 초 선보인 앨범 ‘Fly in-날아든다’는 그 살가운 애정의 현장이다.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어요. 두 장르의 색깔이 강하다 보니 거부감이 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한국의 미(美)는 여백이잖아요. 서로 뽐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자고 했어요.”

 19일 만난 프렐류드의 리더 고희안(38·피아노)씨가 먼저 운을 뗐다. 사실 프렐류드는 지극히 미국적인 재즈를 동경하던 밴드였다. 최진배(39·베이스)·리차드 로(35·색소폰), 한웅원(28·드럼)까지 멤버 전원이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이다.

 “앨범을 거듭 낼수록 점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프렐류드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영랑씨를 만나면서 3년 전부터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정통 재즈의 틀을 깨고 국악과의 공연을 통해 서로 변화를 시도해본 거죠.”(진배)

 이들은 말 그대로 연구하듯 우리 소리를 듣고 편곡했다. 재즈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뱃노래’는 펑크, ‘밀양아리랑’은 탱고, ‘갑돌이와 갑순이’는 블루스 스타일로 편곡하는 식이다. 연주는 더 오묘하다. 색소폰에선 대금과 태평소, 드럼에선 북과 장구, 베이스에선 거문고의 반주 소리가 난다.

 “대금 소리를 따라하고 싶어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계속 들었지만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조상님이 알려준 것처럼 소리가 나왔어요.(웃음) ‘비나리’라는 굿 음악과 절묘하게 섞이더군요.”(리차드)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제57호 이춘희 선생의 제자인 영랑씨의 합류는 ‘신의 한 수’였다. 경기민요는 한을 담아 부르는 남도 민요와 달리 흥겹고 빠르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변신이 용이하고, 서양 음악의 반주에 잘 녹아든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다.

 “요즘 ‘케이팝스타’를 보면 말하듯이 공감가도록 부르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불러봤어요. 민요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잖아요. 우리 전통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하고, 그게 일회성이 되어선 안 되겠죠.”(영랑)

 작업하는 과정에 다툼은 없었냐고 묻자 웅원씨는 “서로의 음악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고집 부릴 일이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두 팀의 정수는 다음 달 열릴 라이브 공연이 될 것 같다. 재즈와 국악은 둘 다 즉흥 연주에 강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진배씨는 “관객 분위기에 따라 연주를 바꿔도 영랑씨가 당황하는 기색없이 잘 들어온다”며 “모두 따라부를 수 있는 유쾌한 마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렐류드 국악프로젝트 ‘Fly in-날아든다’=3월 16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 3만3000원~7만7000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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