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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의 국제경제 기상도|세계 각국 기관의 전망을 토대로 한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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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5년 우리 나라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세계경기동향에 달려있다. 세계경기의 진원지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경기는 EC와 일본경기를 좌우하고 이는 바로 세계경기로 나타난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두 나라에만 수출입의 70%가까이 의존하고있다. 따라서 75년 미일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비상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75년 미국 및 세계경제전망에 대해선 조사기관에 따라 심한 격차를 보이고있다. 단지 한가지 통일된 점이 있다면 내년에는 경기가 좋지 않으리라는 점 정도다. 불황의 심도나 회복시기엔 예측이 각기 다르다. 따라서 본사에서도 재계 각 연구기관과 은행·국제기구의 75년 경제전망을 취합 소개하는데 그친다. <경제부>

<경기예측의 한계>
경기예측이란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 한하여 가능하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돌발요인이 많을수록 예측은 빗나가게 마련이다. 아무리 고도한 경제이론이나 거대한「컴퓨터」를 동원해도 최근과 같은 격변화엔 내일의 경제추세를 예측할 수가 없다.
73년 석유파동이나 금년의 원자재파동은 누구도 예상 못했고 때문에 경제전망도 크게 빗나갔다. 금년 초만 하더라도 74년 세계경제가 이토록 심각한 침체에 빠지리라고 예측한 기관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석유쇼크는 상반기 중에 흡수·조정되고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는 경기가 점점 더 바닥으로 빠져들고 있다.
75년 세계경제엔 유동요인이 너무 많다. 당장 세계경기의 열쇠가 될 석유값이 유동적이고 오일달러 환율문제도 아직 골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 미·서독·일 등 주요국의 정책방향도 현재 모색단계다. 최근엔 중동전의 재발위험까지 공공연히 대두되고있다. 따라서 75년 세계경기전망의 정확성은 극히 한계가 있다.
현재 어느 누구도 내년도 세계경기가 어떻게되리라고 꼬집어서 장담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국제금융기구나 은행, 또 연구기관 등에서 발표한 75년 세계경제예측은 현 정치·경제여건이 내년까지 큰 격변없이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경제도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예측을 참고자료로 하여 최종판단을 각자가 내려야할 것이다.

<최근의 세계경기>
최근 들어 세계적인 「인플레」는 어느 정도 고개를 숙였으나 경기침체는 계속 심화되고있다. 「인플레」의 둔화는 불황의 장기화로 인한 수요감소에 기인된 것으로서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가 재현될 위험은 충분히 있다. 금년 2월 1천4백대선(31년=1백)을 돌파했던 로이터 상품지수는 최근 현재 1천2백대 선으로 떨어졌다. 원면·원모·생고무 등의 주요원자재와 농산물가격도 하락일로에 있다.
주요선진국의 생산침체가 계속되는 한 75년도에도 원자재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국제금리도 대금수요의 감퇴를 반영, 하강세에 있다.
유러달러금리는 지난 8월 사상 최고인 14%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엔 10%선으로 떨어졌다.
지난7월 연12%선까지 올랐던 미국의 「프라임·레이트」는 10월부터 내려가기 시작, 최근 현재 10%선에 머무르고있다.
금리의 하락현상은 「오일달러」의 환류가 어느 정도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또 각 국이 경기자극을 의해 금융긴축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리하락추세는 75년에도 계속될 것이나 연5∼6%의 옛날수준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는 국제수지는 서독이 계속 흑자를 내어 독주상태에 있고 그 뒤를 이어 일본과 미국이 다소 여유를 찾고있다.
그러나 영국·「이탈리아」·프랑스는 심각한 외환위기에 빠져있다. 영국은 곧 평가절하를 단행치 않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형편이다. 일본은 4·4분기에 들어 수출의 급신장으로 무역수지가 호전일로에 있다.
경기침체로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은 대신 실업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업증가로 인한 사회불안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총수요억제 완화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프랑스」·영국 등은 다소 물가를 희생하더라도 경기자극을 서둘러야한다는 정책기조선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계속 긴축을 강행하고있다. 세계적으론 미국·서독·일본 등 국제수지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나라가 긴축을 완화, 세계경기회복에 앞장서야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있다.

<75년 미국경제전망>
미국은 금년 들어 3·4분기까지 3기 연속「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60년이래 처음이다. 금년 성장율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마이너스」0.9%, OECD에서 「마이너스」1.75%로 예측하고있다. 미국경제가 금년에 마이너스성장을 하리라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있다. 75년은 OECD에서 「마이너스」2%, BOA에서 2%를 예상하고있다. 일본주우은행에서 「제로」성장으로 예측했다.
여타 연구기관에선 75년 성장율을 0.9∼l.7% 정도로 잡고 있다. 결국 75년 미국의 경제성장율은 「마이너스」1.75%에서 2%까지의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어느 모로 보아도 미국의 경기가 크게 좋아지리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은 투자지출이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데 근거를 두고있다.
「프리드먼」·「새뮤얼슨」등 경제학자들도 내년 상반기까진 경기하강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미국의 실업율은 내년 1·4분기 중 전후 최고8%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내년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OECD에서 11%(74년은 11.75%), BOA에서 8.0%(9.7%)로 예상하고 있다.
75년 미국경제는 포드행정부가 정책비중을 물가안정과 경기회복 중 어느 것에 두느냐에 따라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서독의 경제전망>
서독의 74년도 성장율은 5대 경제연구소가 1.0%, OECD가 1%로 보고있다.
금년의 세계적인 불황 중에서도 서독이 국제수지 및 물가면에서 가장 강건한 체질을 자랑하고 있다. 내년도 성장율은 OECD나 5대 경제연구소가 모두 2.5%로 잡고있다.
서독이 2.5%의 실질성장을 할 것으로 보는 근거는 개인소비지출의 증가와 재정지출의 확대가 경기를 어느 정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서독은 국제수지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도 큰 저력이 되고있다. 서독의 물가상승율은 74년의 7.5%에서 75년엔 7%로 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수지면에선 금년의 90억 달러 흑자에서 내년엔 60억 달러로 감소하나 계속 경상흑자를 견지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서독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흑자에 자신을 얻어 최근 들어 중앙은행재활인금리 인하 등 총수요 억제책의 완화와 경기회복의 실시에 착수했다.

<기타 eec 제국>
현재 EEC가맹국 중 「이탈리아」와 영국이 가장 고전하고있다.
영국은 금년 성장율이「마이너스」0.5%인데 내년엔 1.75%로, 「이탈리아」는 금년의 4.75%에서 75년엔 「마이너스」0.25%로 떨어질 전망이다.
OECD가맹 24개국 중 75년도에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는 나라는 미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이다.
OECD전체로는 금년의 0.25%성장에서 내년엔 0.5%성장으로 약간 올라갈 전망이다. 경기침체를 반영, 「인플레」율도 74년의 15.5%보다는 약간 낮은 11%선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이 평화시에 물가상승율이 10%선을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국제수지는 OECD전체로 보아 약4백억「달러」의 경상적자가 날것으로 예상되는데 서독과 일본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국이 될 것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의 무역적자는 74년의 5백50억「달러」에서 75년엔 7백억「달러」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량은 현저한 둔화를 시현, 75년 증가율이 4%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전망>
금년 일본경제성장율은 1%정도로 예상되어왔으나 최근 OECD전망에 의하면 「마이너스」3.25%에 이를 것으로 추계 되고있다. 내년도 성장은 일본국내에선 5∼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있으나 OECD는 2%로 보고있다. 일본경제는 미·EEC와는 다른 저력이 있으므로 회복력도 빠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나 국민경제연구협회에선 8%이상의 고도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있다.
도매물가상승율은 최고 12.6%(삼능종합연구소)에서 최하 6.4%(야촌종합연구소)까지 예상되고 있는데 OECD에선 15%로 보고있다.
일본정부에선 75년 성장율을 4% 물가상승율을 10%이내로 억제한다는 기본구상아래 구체적인 시책방안을 짜고있다. 특히 일본과 같은 무자원 열도에서 구미의 2배가 넘는 10%선의 고도성장은 무리라는 생각이 삼목내각의 경제「팀」의장인 복전 부총리의 기본생각이므로 앞으로 일본경제정책의 기조는 「인플레」와 공해없는 적정성장이 될 것이다.
이미 경제대책각료회의도 75년은 고도성장으로부터 안정성장으로 연착륙시키기로 합의를 본 바 있다. 일본정부는 75년 성장율을 4%로 잡고있으나 일본기업의 신장력에 비추어 이를 넘을 가능성이 많다.
아직 일본은 인플레가 심하기 때문에 일본은행에서는 뼈를 깎는 총수요억제책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도 세계경제전망에 대해선 OECD가 특히 비관적인데 아직 IMF는 해마다 연말께 내는 다음해의 경제전망을 내지 않고 있다.
OECD의 비관적 전망에 대해선 현재 각국이 서두르고 있는 경기회복책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토록 어두운 예측이 나왔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따라서 내년도 세계경기는 근본적으로 원유가와 「오일달러」환류에 따라, 또 경제적으론 각 국의 정부가 어느 정도 적극적인 경기자극책을 쓰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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