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광호텔 등 대형화재|이원복 서울시 소방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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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왕「코너」등 올해의 대형화재는 한마디로 화재라기보다 전기가 공범인 인재였습니다. 건물사용주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용광로에 사람이 뛰어든 격이었습니다』-.
6백만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파수꾼, 야전사령관인 서울시소방본부 이원복 본부장(48)의 말. 그는 올해도 대왕「코너」「뉴 남산호텔」호재로 수치스런 인명피해기록을 세운 것은 그동안 귀가 닳도록 떠들어 온 고층건물화재의 교훈을 해당업소나 관계기관이 「쇠귀에 경 읽기로 외면」했기 때문에 빚어진 인위적 재앙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시소방본부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서울의 화재건수는 모두 1천6백44건으로 사망 1개47명, 부상 4백56명, 피해액 2억8천3백만원. 이 가운데 88명의 생명을 앗고, 35명의 부상자를 낸 대왕「코너」화재(11월3일)와 19명이 희생되고 44명이 부상한「뉴 남산호텔」화재(10월17일)는 다같이 71년 말의 대연각 화재(1백65명 사망), 72년 말의 서울시민회관 화재(52명 사망)와 마찬가지로 화인 자체가 불이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모순 때문이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스스로 사고를 자초한 「환상적 참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올해의 두 화재는 대연각 화재에서 지적된 고층건물에서의 소 화·대피시설미비·관의 비호아래에서의 엉터리 준공검사·전기시설 및 취급의 불안전성 등….
이미 값비싸게 치르고 배운 교훈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 특히 대왕「코너」화재는 한술 더 떠 관광객 유치라는 허울로 당국이 4급 관광「호텔」등록까지 하게 해주고 영업시간마저 외면한 위법을 저질러 끝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좁은 밀도에서 가장 많은 화재인명피해를 낸 첫「케이스」가 됐다.
이본부장은 대왕「코너」화재에 현장을 둘러보고 그 거대한 건물이 마치 동맥경화증에 걸린 판잣집「빌딩」으로 직감했다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는「불이 안 나는 것보다 사람이 불 속에서 살아난다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것. 70여명의 희생자를 낸 6층「나이트·클럽」의 경우 방음을 위해 남쪽 창문을「베니어」판으로 겹겹이 막아 밀폐했고 각종 가연 물질로 내부 치장을 했으며 출입인통제를 위해 2중문에 회전식 문을 장치했으며 여기에 광란적인「사이키델릭·뮤직」을 틀어 대고 종업원이『술값마저 받겠다』고 대피마저 방해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정전이 되면 아무리 잘 훈련된 사람이라도 탈출은 힘든다는 것이다.
고층건물이나 복합「빌딩」은 전기·통신·난방·환풍·급수·소방시설 등 이 대부분 「센트럴·시스템」을 갖추게 돼 그 자체가 하나의 공동생명체가 된다. 여기에 부정·불법준공검사가 이루어지고 대왕「코너」처럼 각 업소에 멋대로 부가장치를 하면 전체적인 순환기능이 마비되고 일단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용광로」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달 16일의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 남강「가스」 서부저장소 LPG 폭발사고도 새로운 화재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날도 반드시 보안주임이 밝은 장소에서 정확한 안전절차에 따라 「가스」를 옮겼더라면 사고는 방지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유조차 운전사가 저장소「탱크」의「호스」를 자기 멋대로 유조차「밸브」에 연결했다가 그만 심야에 10km안팎까지 폭음이 들릴 만큼의 사고를 냈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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