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부터 법으로 만든 한국 … 임금체계 개편 먼저 논의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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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임금체계도 바꾸지 않고 법으로 정년 60세를 강제하는 건 문제다. 노조가 임금제도를 고치려 하겠는가.”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이시다 미쓰오(石田光男·사진) 교수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한국의 임금제도와 현황을 꿰고 있었다. 이시다 교수는 인사와 임금제도에 관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집필한 『일의 사회과학』 『전후 일본의 인사·임금제도 역사』와 같은 책들은 전 세계 경영·경제학자들의 필독서로 통한다. 이시다 교수를 최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 지난해 4월 한국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정년이 늘어나는 데 따른 바람직한 임금체계가 있다면.

 “1980년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당시 상당수 기업이 55세이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있었다. 법률이 아니라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협상에 의해서였다. 그러면서 임금을 종전 정년인 55세가 되면 15% 삭감했다. 일부는 58세에 10%를 추가 삭감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5년 정도밖에 운용되지 않았다. 갑자기 떨어뜨리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에서 임금곡선 자체를 바꿨다. 30세까지는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이후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53~55세부터는 떨어지는 형태다. 그래서 정년이 추가 연장돼도 기업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 한국처럼 임금제도 개편에 앞서 법으로 정년이 연장된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

 “(파안대소하며)법을 만들기 전에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 끝났는데 노조가 양보하겠는가. 정부가 그런 상황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본은 어떤 고용정책이든 70~80% 정도 보급되어 있지 않으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 정년연장을 연착륙시킬 방법이 없다는 건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임금체계를 바꾸기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분사가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사시켜서 다른 임금체계를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다. 히타치가 90년대 후반 처음 이 방법을 도입했다. 분사하더라도 현 고용인력의 임금은 종전 체계를 따르고, 새로 입사하는 사람만 적용하면 된다. ”

 - 한국의 현재 임금체계를 어떻게 보나.

 “90년대부터 한국을 수차례 찾아가 기업의 임금 자료를 수집했다. 깜짝 놀랐다. 옛날 일본 기업이 그곳에 있었다. 당시 한국 기업에 ‘이런 임금체계로는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교토=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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