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도 비상체제 구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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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라크전의 발발로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태풍권에 접어들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등 일부 긍정적인 조짐도 있지만,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난다고 해서 미국이나 세계 경제가 조기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강하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설사 다른 나라들은 여건이 나아진다 해도 우리의 처지는 다르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바로 미국의 관심이 북한 핵으로 옮겨지면서 한반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다 SK글로벌 분식회계의 후유증,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다 가계부실.수출부진 등 숱한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는 이라크전을 계기로 잠복한 악재들이 한꺼번에 노출되는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비상 전략을 동원하며, 국민과 근로자는 이에 적극 동참하는 등 온 나라가 전에 없이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정부는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등 전쟁 때문에 국민이 더 고통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관 합동 체제를 구축, 시장의 동요를 막고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전쟁이 끝나면 바로 국내외에서 우리 경제 현황에 대한 설명회를 여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둘 것이며, 기업.노사 정책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환경을 바꾸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이라크전을 우리 경제 활성화에 연결시키는 문제도 중요하다. 전후 복구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일 수 없다. 정부의 리더십과 모든 경제 주체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