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 1% 성장률 쇼크 … 아베노믹스 엔진 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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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원년 성적표가 나왔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연율)였다”고 17일 발표했다. 예상치인 2.8%보다 한참 낮다. 가장 비관적인 예상치(1.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른바 ‘G(성장) 쇼크’에 가깝다.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2012년 12월 총리에 취임하면서 요란하게 추진한 아베노믹스 원년의 마지막 성적표치곤 낙제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망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흐름도 좋지 않다. 1분기 4.8%에 달했던 게 3분기 1.1%에 이어 4분기 1%로 곤두박질했다.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1.6%로 2012년(1.4%)보다 0.2%포인트 성장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엔진의 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성장의 발목을 잡은 건 수출 부진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신흥시장 소비가 줄고 선진시장 회복도 빠르지 않아 아베의 엔저 공세에도 수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 앞날은 어떨까. 기대할 구석이 없진 않다. 명목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차이를 이용해 산출한 물가 하락률(GDP 디플레이터)도 지난해 1분기 -1%에서 4분기 -0.4%로 낮아졌다. 20년 이어진 디플레이션 고통이 다소 완화된 셈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지난해 내내 꾸준히 늘었다. 아베 총리가 재계 분위기만큼은 바꿔놓은 셈이다.

 하지만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나라에선 기업 투자 증가만으론 성장엔진을 점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 최근 20년 사이 지난해만큼 기업 투자가 늘어난 때도 적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인들이 잃어버린 소비 본능을 되살려야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소비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지난해 일본인들의 소비도 성장률 흐름과 비슷했다. 1분기에 증가율 1.1%에 이른 뒤 김빠지듯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4월엔 소비세마저 인상된다. 현재 판매가의 5%에서 8%로 오른다. 국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아베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만큼 경제 주름살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마루야마 요시무라 일본 이토쓰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 흐름에 비춰 일본 경제가 올 2분기에 슬럼프에 빠지는 일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BOJ는 어떻게 대응할까. 블룸버그가 전한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은 “추가 통화완화는 없다”는 쪽이다. BOJ 통화정책위원들이 실물경제 흐름을 일단 지켜보자는 쪽이어서다. 최근 엔화 강세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리는 바람에 엔화 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위기 조짐이 진정되면 엔저 현상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들이 요즘 엔화 강세에 마음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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