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상환 독촉에 우울한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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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추수가 끝난 후의 농민들은 농협출자금, 단기농사자금, 비료대 등 봄부터 진 각종 영농자금 상환독촉에 밀려 쌀값하락세와 함께 2중의 시달림을 받고 있다. 올 가을 농사가 예년보다 풍작을 이루었다고는 해도 정부의 추곡수매 값이 당초농민들이 바라던 것보다는 낮게 책정 된데다 빚 독촉에 밀린 농민들이 추수와 함께 쌀을 무더기로 방출, 산지 쌀값이 추곡수매 값보다 낮은 시세로 떨어져 농민들은『올 농사는 재미를 못 보게 됐다』며 1년간 가장 즐거워야할 추수기를 우울해했다.
전국 각도와 농협은 이 같은 영농융자금상환을 연말까지 완전 회수할 목표로 빚 독촉에 나서자 일부지역농민들은『은행이자를 물고라도 쌀값이 오른 후에 빚을 갚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가축을 팔아 영농자금을 상환하기도 했다.
본사 전국 취재망을 통해 살펴본 농민들로부터 연말까지 거두어들여야 할 각종 상환금은 각도별로 거의1백억원 대를 넘어서 전체농가별로는 가구 당 4만원 꼴. 영세농가에서는 이 같은 각종 상환금이외에도 개별적인 영농비 부담이 많아 연말까지 한꺼번에 갚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있다.
이 때문에 산지의 쌀값은11월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여 15일 현재 김제·정읍·이리 등지에서는 가마당 1만5천원 선으로 추곡수매자금 결정 때보다 1천∼1전5백원 정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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