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사 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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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침 사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는가 보다. 그 취지는 침술 사에게도 국가면허를 주어 그들의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것이다.
한가지 의외인 것은 그 많은 침술 사들의 시술이 아직 법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면허와 의술은 반드시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면허는 옥석을 분간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셈이다. 전국에서 침술을 행하고 있는 사람은 5천여 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면허를 갖고있는 침 사는 25명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침구 사는 모두 일제 때 조선총독부령으로 면허를 받았던 기득권자들이다. 62년 국민의료법이 의료법으로 개정되면서 침구 사는 신규면허를 받을 법적인 근거를 잃어버렸다. 다만 한의사에게만 그것이 가능해졌다.
침구 사들이 재기하는 문제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의「코스」를 밟지 않고도 침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많은 침 사들이 면허 없이 음성적인 시술을 하고 있는 현실은 사실 문제가 없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전국 의료사고의 86·4%가 무허 침 시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의학계에선 이 법안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침구술 자체만을 가지고 면허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정규과정을 밟음으로써 그 시술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침구술에 한한 문제만은 아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이용사가 면허를 받는 경우와는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양의든 한의든, 아니면 침구술이든, 그 수준을 인정하는 기준이 엄하다고 해로울 것이 없다.
언젠가 간호원들에게도 주사를 놓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 주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때도 역시 사회의 여론은 반대쪽으로 기울었었다. 의술은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것은 마치 양재사가 재단과 바느질을 잘 한다고 외과의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비유이다.
양의의 경우 누구나 일반 의로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외과와 내과의가 분리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일반의 과정에서 기초를 쌓고 난 다음에 전문의로 분리된다.
동양의학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목적에 있어선 양의와 다를 것이 없다. 이왕이면 종합적인 동양의학의 과정을 밟고, 어느 수준 위에서 한의사 또는 침사 등으로 전문화했으면 좋을 것 같다. 의술은 법제의 문제가 아니고,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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