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문 여는 순간에 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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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피>
불길 속에서 생명을 건진 사람들은 대부분 「호텔」 동쪽에 있는 601∼609호실의 서쪽 복도창문과 서쪽에 있는 621∼631호실의 동쪽 창문을 깨고 3m 아래인 5층「아파트」의 「시멘트·베란다」로 뛰어내린 손님들로 이 가운데 30여명이 부상을 했다.
625호실에서 잠자던 이현숙양(25·서울 성동구 금호동)은 이날 상오 3시쯤 잠결에 『불이야!』하는 여자의 비명을 듣고 복도 쪽 「도어」를 여는 순간 불길이 들이닥쳐 잠옷바람으로 동침하던 남자와 함께 동쪽 창을 깨고 「베란다」로 뛰어내렸다고 했다. 또 「호텔」 전화교환 정순덕양(20·경기도 인천시 송월동 3가11)도 상오 3시쯤 「프런트」 「미스터」 임이 뛰어오면서 『119신고를 하라!』고해 전화로 신고를 하고 났을 때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고 불길이 치솟아 급히 교환실을 빠져 「베란다」로 뛰어내려 4층 비상구를 통해 나왔다.
5층 「아파트」 518호실에서 잠자던 장영애씨(42)는 이날 상오 2시50분쯤 갑자기 『와장창!』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순간 『불이야!』하는 비명과 함께 잠옷바람의 40대 일본인과 「슈미즈」 차림의 20대 여인이 불길을 헤치고 6층에서 「베란다」로 뛰어내리고 이어 10여명의 남녀가 『사람 살리라!』며 뒤쫓아 나오더라는 것. 장씨는 급히 「아파트」 북쪽창문을 열어 이들을 자기 집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보내고 이어 남편 진도선씨(47)와 자녀를 급히 깨워 TV 등 귀중품만을 들고 1층으로 대피했다.
이밖에도 이 「아파트」에 입주해있는 22가구 1백여 명도 이날 상오3시40분쯤까지 모두「아파트」를 빠져나갔다가 진화작업이 끝난 뒤 다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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