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요원이 모자란다|그 현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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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세기 기계문명의 대표선수인「컴퓨터」가 우리나라에 선보인지도 10여 년으로 접어드는데 겨우 63대(74년 7월 현재)의 보유 대수를 가지고 과학기술계일각에서「컴퓨터」과다도입시비가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시비는 각 기업체와 정부기관에서 금년 말까지 23대의「컴퓨터」를 새로이 도입할 계획을 세운 데서 비롯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발전추세로 보아「컴퓨터」의 추가도입은 필요 불가결하다는 것이「컴퓨터」도입의 추진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컴퓨터」마저도 이를 가동, 이용할 수 있는 전문요원의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추가로「컴퓨터」를 도입하는 것은「난센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간을 달에 보낸 것은「컴퓨터」의 힘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컴퓨터」의 능력은 무한하며, 그 보유대수는 바로 국력의「버로미터」로 평가되기도 한다(표 참조).
「컴퓨터」는 그 기계부분을「하드웨어」, 그 기계부분 이용기술 및 정보자료를「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그리고「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을「프로그래머」라고 한다.「컴퓨토피아」를 지향하는「컴퓨터」지만 기계부분만 들여다 놓고 막상 그 기계에 일을 시킬「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없으면 「하드웨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한낱 쇳덩이에 지나지 않고 비싼 임대로만 무는 결과가 된다.
현재 문제되고 있는「컴퓨터」과다도입시비는「컴퓨터」에 시킬 일감이 없다는 게 아니고 그 업무를「컴퓨터」에 지시할「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없이「하드웨어」를 들여와 결국 비싼 기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거의 놀리거나 사장하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소프트웨어」를 개발한「프로그래머」즉 전문적인 전산요원의 양성이 여의치 못하다는 얘기와 같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컴퓨터」과다도입 시비는 어떻게 하면 최단시일 안에「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전산요원을 양성, 확보하느냐하는 문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성기수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소 전자계산실장)의견이다.
현재 6개 대학에 전산과가 있으나「컴퓨터」실습이 충분하지 못해 전문적인 직업교육의 입장에서 본다면「프로그래머」양성학원이 앞서고있는 실정이라고 성 박사는 실토한다.
한편 초-중교 교육과정에「컴퓨터」예비과정을 넣고 3백여 실업학교에서「컴퓨터」에 관한 기초교육을 실시중이나 교사확보 문제와 역시 실습부족으로 소기의 교육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특수성 때문에「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전산요원 양성은 이론교육만으로 도저히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이에 대해 정승원씨(타이머·컴퓨터교육원장)는『「컴퓨터」는 기종마다 쓰이는 언어가 다르므로 가르치는 사람이 모든 기종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완벽하게「마스터」해야 교육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프로그래머」양성은 집중적이고 계속적인 이론과 실습을 위주로 강행되는 교육을 원칙으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한다.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전산요원양성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요를 정확히 예측, 국가 정책적인「레벨」에서 종합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게「컴퓨터」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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