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각막이식만으로 눈 완치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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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막이식이란 말이 항간에 알려진 후로 각 병원에 서신으로, 또는 직접 방문하여 눈을 사달 라는 부탁이 수없이 들어온다. 대부분의 경우 듣기에 딱한 경제적 곤란이 이유지만 그 중에는 무슨 사업을 할 터인데 금전관계로 애로가 많으니 이 확실한 계획에 찬동하는 의미로 특별 배려를 하여 달라고 계획명세서를 적어 보내는 일도 있다.
또 한편 눈의 질병으로 시력이 많이 악화된 사람 중에는 무슨 병이든지 각막이식만 하면 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시중에는 수혈환자를 위하여 혈액을 사고 팔고 하는 일이 많지만 혈액은 어느 정도 채혈해도 다시 재생이 되고 적당한 횟수로 하면 사람의 신체기능에 별지장이 없으니까 큰 문제는 안되지만 눈은 하나 빼내면 다시 재생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은 눈 전체기능의 반도 못 가지게 되니까 혈액하고 같이 논할 수도 없고 따라서 매매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며칠 있으면 죽을 사람의 눈을 사 달라고 오는 사람을 보면 이길밖에 없을까 하는 의문마저 생겨 그리 기분이 좋지 않게 된다.
각막이식은 각막(검은자)이 흐려져 시력이 나빠진 경우에만 해당이 되지 눈의 딴 부분 특히 각막이나 시신경이 파괴되었으면 이 수술은 효과가 없다. 몇년전 미국서 눈 전체를 이식하였다고 하여 신문에 크게 떠든 일이 있었는데 이는 즉시 일종의 과장선전이라는 점이 밝혀졌지만 각막은 사진기의「필터」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므로 흐려진 「필터」를 바꾸어 끼는 수술이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흐려진 각막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딴 사람의 맑은 각막을 갖다 놓는데 이 때에는 대부분 죽은 사람의 맑은 각막을 이용하는데 지금 세계각국에 널리 퍼져 있는 『눈은행』 또는『각막은행』은 유지들이 죽은 다음 자기각막을 이 각막이식에 써 달라고 기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경향은 모든 장기이식은 사람의 것을 이용하기보다는 인공장기를 이식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인공각막으로 손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고 자못 기대가 크다.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눈을 사주오』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고 각막은행 같은 것도 자연히 소멸되게 되어 이런 방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가 기다려진다.
윤원식<서울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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