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번 단 교육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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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학 길의 어린이들이 리번을 달고 있다 그리고 보니 금주는 교육주간이다..
리번에는『교육을 바로 알자』라고 적혀 있다. 아마 어른들을 일깨워 주자는 뜻인가 보다. 물론 어른들이 만들어준 구호다. 지금까지 교육을 바로 알지 못했다는 자각을 뒤늦게나마 어른들이 갖게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굳이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리번을 달고 다니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리번은 겉치레일 뿐이다.
모처럼 맞는 교육주간에 행사는 있어야겠고, 그래서 리번을 어린이의 가슴에 달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어른들은 언제나 마음 내키는 대로 어린이들에게 리번을 달라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리번의 뜻이 뭣 인지를 전혀 모르면서도 그저 어른이 시키는 대로한다. 실상 우리네 교육은 이런 풍토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바꿔야할 것은 바로 이런 풍토다. 인간서이 전혀 무시되고 있는 풍토다. 그리고 보면 올해 교육주간의 주제부터가 아이러니컬하게도『인간회복』이다. 프랑스의 폴·그리모 대학도서관 정문 위에는『열의 있고 사려 깊고, 경건한 자만을 들어오게 하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막상 정문으로 들어가려다 보면 거기에는 또 다음과 같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옆문을 이용하시오.』
언젠가 뉴요크·타임스 지에 소개된 토막 소식이다.
교육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이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하여 학교가 있고, 어린이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교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정문은 어린이들 앞에 굳게 닫혀 있다. 우리네 어린이는 고삐에 묶여 있고, 어른들에 의해 여기 저기로 끌리곤 한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우리는 교육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의 책가방은 여전히 땅에 끝닿도록 무겁기만 하다. 학교의 잡부금은 여전히 많고, 잡부금 못내는 어린이를 보는 선생의 눈초리는 여전히 무섭기만 하다.
학교책상과 의자는 어린이의 체격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당국이 단속한다는 과외수업도 날로 늘어가고만 있다.
완전히 어린이의 인격이나 권리는 무시되어가며 있는 것이다. 교육헌장에도『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만이 강조되어있을 뿐 권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리하여 우리네 어린이들은 그저 귀여운 앵무새들이 되어가고 있다. 지혜 대신 지식을 배우고, 창조력 대신에 모방력 만이 늘고, 문제의 발견보다는 문제의 회피를 즐겨가며 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어린이들로부터 인간성을 앗아가는 것일 뿐이다. 교육을 바로 알자-. 매우 끔찍한 구호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의 교육정책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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