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체전 참가 13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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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전국체전에 처음 참가한 것은 강릉여고 2년 때인 1962년 대구에서 열린 제43회 대회였다.
이번이 제55회이니 벌써 13회 출전 경력을 쌓고 말았다. 그런데다 작년 부산대회까지는 선수랍시고 어머니 몸으로 「그라운드」를 뛰었고 이제 육상부 「코치」로 또 얼굴을 보이니 체전간판 선수가 되지 않은 것인가 혼자 웃어보기도 한다.
전국체전을 13년이나 겪다보니 나도 변했지만 변한 것이 많다. 내가 소녀시절 선수 때는 그저 열심히 하자는 것뿐이었는데 요즘 선수들은 너무나 타산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것도 내가 꼭 뛰어야할 것인가를 계산해서 하니 너무나 야속한 세대간의 벽을 느끼곤 한다. 체전은 10년 전보다 질서를 찾고 있고 조직적으로 대회가 치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나 형식에만 치우쳐 내용이 결핍되고 시·도별 점수제로 선수들을 너무 혹사시킬 때 내 마음은 무척 괴로움을 느끼곤 한다. 나는 다른 분야는 잘 모르지만 육상 선수의 경우를 보면 임원들이 그저 점수를 따려고 채찍질만 하지 기록 경신이나 선수 발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점수제와 함께 항상 안타까운 것은 개최지 사람들의 냉담이다. 내가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과 숙소를 다닐 때 거리에서 느끼는 인상은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무관심밖에 없다. 무관심은 이번과 같이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에 가장 심하지 않을까.
물론 지방 개최라는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체전은 선수와 임원만의 대회가 돼서는 나 같은 어머니 지도자는 조그마한 보람보다 회의를 느끼게 될 때가 많다.
또한 각시·도 선수단을 보면 선수보다 임원이 많은 인상을 느껴왔다. 선수는 많아도 좋다. 그러나 임원이 선수보다 많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내가 한국 체육을 운운한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거름도 주지 않고 싹이 나기를 바라는" 체전 풍토는 좀 바꿔졌으면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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