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불가피한 식량정책|석유보다 더욱 심각한「식량무기화」…그 영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식량생산국의 식량무기화로 외국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식량 정책은 재검토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세계 식량 교역량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콩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이 소련에 이어 중공과 산유국에 대해서도 식량수출을 중단함으로써 지난 72년 이후 우려했던 식량무기화는 급기야 장치·제도화된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식량무기화 정책에 자극 받아 구주공동체도 곡물수출관세를 대폭 인상시킴으로써 사실상 곡물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직 단정키는 어렵지만 염려하는 대로 식량무기화 정책이 기타 식량생산국으로 파급, 확대된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석유를 능가하는 강력한 경제적 무기가 세계경제를 또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곡물수출통제는 부족 분을 거의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나라 식량사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미국의 대소·중공·산유국에 대한 금수조치가 ①곡물의 미국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의 석유무기화에 대한 대응조치이고 ②대소 최혜국대우와 유태인 출국문제를 둘러싼 미-소간 교섭에 있어서의 정치적 포석이기 때문에 무차별 통제는 없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72년의 잉농물 공여중단 등을 미루어 볼 때 결코 낙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의 연간 평균 외곡 도입 량은 약 3백만t.
올해의 경우 소맥 l백74만t을 비롯, 보리 50만t(조곡), 콩 9만t, 옥수수 67만5천t, 쌀 20만t 등 3백20만t 8억2천만 달러 어치에 달했으며 옥수수 10만t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에서 들여왔다.
내년에도 이만한 양의 곡물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기 때문에 미국의 곡물 수출 통제는 바로 우리 나라의 식탁사정 핍박과 직결되는 것이다. 무차별통제가 코타 제로 전환되어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해도 국제 곡물가격 앙등이 예상됨으로써 곡물도입 부담은 올 수준 8억 달러를 훨씬 상회할 우려가 있다.
식량의 장기대책 역시 비관적이다. 우리 나라 식량정책의 기조는 ①쌀·보리·콩은 76년부터 자급하고 ②밀·옥수수는 전량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아래서는 쌀·보리쌀·콩을 제외하고도 밀 1백80만t, 옥수수 50만t 등 2백30만t의 곡물도입을 위해 매년 미국 등 식량생산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쌀·보리쌀·콩이 자급되지 못할 경우는 절대부족량이 3백만t을 넘는다
그렇다고 쌀·보리쌀·콩이 과연 76년부터 자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쌀의 경우 올 작황이 3천만 섬을 넘어 자급목표선 3천1백7만6천 섬에 비해 불과 7만6천 섬이 미달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천 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년도 쌀 생산량이 3천2백만 섬에 이를지 의문이다.
또 76년의 쌀 수요 3천1백7만6천 섬은 인구증가율 1·5%, 1인당 쌀 소비 1백20㎏을 기준한 것이기 때문에 수요추정도 너무 안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보리쌀 자급은 현 단계로서는 거의 비관적이다.
올 생산실적이 작년보다 62만 섬이나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76년 생산목표는 올해보다 3백50만 섬이나 늘려 잡고있다.
생산비 미달의 곡가 정책, 이에 따른 농민의 보리재배 기피 등을 미루어 볼 때 보리수급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주곡자급을 위한 증산대책과 자급이 불가능 한 밀·옥수수 등의 물량은 확보 내지 소비절약 대책 등 식량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두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