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사팔눈」은 어릴 때 고쳐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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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람 몸에는 팔·다리·귀·눈과 같이 같은 것이 좌우에 각각 한 개씩 있는 기관이 있다. 이는 각자의 기능을 원활하게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하려는 조물주의 배려고 한쪽이 없으면 그 능률은 반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눈도 역시 마찬가지로 두 눈의 시력이 균형 있게 돼 있으면 물체의 원근 감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입체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항간에는 눈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며 또 하나는 자동차의 「스페어·타이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소위 「사팔눈」 (사시) 환자에서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느끼게 된다.
사시는 그 원인이 여러 가지 있어 아직도 확실치 않은 점도 있자만 우선 여기서는 2∼5세 때에 많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형에 한하여 보기로 한다.
우리들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학교 아동 1천명에 7명 꼴로 사시가 발견되었다. 이 사시가 순전히 외관상의 문제뿐이라면 적당한 때에 교정해주면 될 것이지만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사시가 되면서 그 눈의 시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날 때부터 입체 시를 하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인들이 사시가 되었을 때와 달라 별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따라서 남이 보기에 흉하니까 큰 다음 수술해주면 되겠지 하고 방치하기 쉽다.
떨어진 시력은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늦어도 2∼3학년까지 사시를 고쳐주면 다시 정상 시력으로 회복이 되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회복도 안될 뿐 아니라 점점 더 나빠지게 되고 일평생 한쪽 눈만 있는 사람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결혼 때가 되어 외관상이 나쁘니까 고쳐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왜 좀 어렸을 때 치료를 하지 않았던가 하고 애석하게 생각하는 일이 많다.
사시의 종류에 따라서는 약을 점안한다든지, 안경을 끼운다든지 또는 기계로 훈련을 시키면 수술하지 않아도 치유가 되는 일이 있으니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수술을 하여야할 경우에도 국민학교 입학 전에 반드시 교정을 하도록 한다.
윤원식 <서울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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