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별 모집 문제점 많다|외국어대서 앙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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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첫 계열별 모집으로 입학한 실험대학의 「프레쉬먼」들이 한 학기를 마치고도 여전히 2학년 진급 때의 과 선택문제, 소원한 상하급생 간의 유대관계문제 등으로 혼선의 와중에서 불안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외국어대학 학보사가 9월초 전학생의 10%에 해당하는 3백50명의 1∼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앙케트」조사결과에 따르면 「종전의 학과별 모집제가 좋다」는 의견이 41%나돼 학생들이 현행 계열별모집의 이점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별 모집, 교과과정, 교수 등에 대해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점 등을 간추려 본다.
▲계열별 모집=계열별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73%가 적성과 취미대로 과를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했고 성적순으로 배치되는 것에는 단 2%가 찬성했을 뿐이다.
이는 계열별 모집을 한 학생들이 아직도 학교당국의 「성적순 학과정원 조정」이라는 원칙에 타협을 않은 채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 속에서 행동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우기 일부 학과에 편중되는 현상이 일어나 학생들의 사고개념대로 과를 선택치 못하는 결과가 됐을 때 학교당국과 학생간의 마찰, 자퇴 등의 적지 않은 문제가 대두할지도 모른다.
「계열별 모집에서 가장 절실히 느끼는 점」으로는 40%의 학생이 상급생 및 교수와의 유대 관계 결핍을 지적했다. 이는 소속학과가 없음으로 해서 피상적이며 근본적인 인간관계가 결여된 형식적인 유대 관계에 하나의 반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교과과정=『전공과목이 지나치게 실리주의적으로 편성돼 대학의 본질적「아카데미즘」이 결여돼 있다』는 의견이 38%,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29%로 각각 나타났다. 즉 교과과정에 대해서는 현실을 긍정하는 온건파와「아카데미즘」의 결여를 안타까와하는 회의파로 양분돼 있다.
부전공제에 대해서는 40%가 취업이나 진학 등을 대비하는데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고 22%가 이상적인 제도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현행 부전공제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 명칭에 비해 「빛 좋은 개살구」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교수=이상적인 교수상은 『학생의 내면세계를 간파,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쉽」이 있어야 한다』는게 학생들의 의견이다(1학년 40%, 2학년 33%, 4학년 39%).
그러나 응답자의 50%가 『수업시간의 강의문제 외에는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라고 응답, 교수의 전문지식 전달이라는 일차적 기능 외에 학생의 인간교화는 중요한 또 하나의 기능이 거의 마비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조사의 분석결과는 계열별 모집이 해결해야할 큰 문제점이 휴화산으로 남아있고 부전공제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회의적이라는 명랑하지 못한 대학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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