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1단계 작업 마무리 중공 헌법개정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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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 정권 수립 25주년을 10여일 앞두고 중공은 모택동의 「인민민주 전정」의 시기에서 사회주의 혁명의 시기로 전환하는 지표인 신 헌법 초안을 외부 세계에 흘려보냈다. 현행 헌법은 ▲건국 이후의 급격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과도기적 국가기본법이며 ▲대 소 우호조항 등을 담고 있어 중공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었고 문혁 이후 파괴된 국가 권력 기구의 보완 및 재조직 문제, 그리고 문혁 이후 한층 강조된 정치 우선의 원칙 등을 위해서 현행 헌법의 개정은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특히 정권수립 이후 4반세기간의 통치는 더 이상 「인민민주 전정」을 통한 사회주의적 개조에 연연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중공 주도자들은 70년에 이미 새 헌법초안을 마련하여 전국에 배포, 광범한 토론을 벌이게 했었다. 그 후 임표 사건으로 한동안 주춤했다가 군부에 대한 조항의 수정 및 임표의 모 후계조항 등을 삭제한 뒤 지난해에 다시 전국에 배포, 광범한 토론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밝혀진 헌법초안은 본격적인 사회주의 사회 건설로 매진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중공 지도층의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과도기적」인 국가 최고 규범으로, 노동자·농민과 이에 준하는 연합 세력에는 동지적인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인민 아닌 자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독재정치를 실시하는 인민민주 전정의 성격이 강했다.
신 헌법 안의 주요한 특징은-.
첫째 국가 기본성격의 전환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헌법이 『노동자 계급이 지도하는 노농 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 민주주의 국가』로 규정, 건국 후의 제파통일전선 형식의 과도기적 국가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 헌법 초안은 『노동자 계급이 공산당을 통해 지도하는 노농동맹을 기초로 한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라고 못박아 공산당의 본격적인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모의 독특한 사상에 따라 사회주의 국가로의 점진적인 이행을 위해 그동안 연합했던 소시민, 민족 자산가계층이 지난 25년 동안 노농세력으로 흡수, 동화되었음을 묵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둘째 인민의 정예화, 행정의 간소화를 뜻하는 모의 「정병간정원칙」에 따라 국가주석제를 비롯 행정부의 정비가 크게 강화되었다. 또한 인민대표대회(의회격)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고 문혁 기간 중 설치된 지방 혁명위원회를 「인대」의 상설기관으로 하여 종전의 지방 행정기구를 대체하였다.
이것은 과다한 행정직책이 유소기 등의 수정실권파의 예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사회주의 사회건설에 암적 존재가 될 우려를 제거, 노농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의한 영구혁명을 성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인민해방군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를 명시함으로써 문혁 이후 군부의 현저한 진출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것은 군부가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는데 있어 물리적 억압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것임을 뜻하고 당에 의한 정치 우선 원칙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넷째 인민해방군이 「사회제국주의의 주구」에 의한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임무를 부여받음으로써 대소 우호조항(현행 헌법)의 삭제는 물론 소련에 대한 이념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표현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4장1백6조에 비해 대폭 간소화된 신 헌법초안(4장30조)은 개인 숭배를 지양함으로써 모 이후 공산당의 집단 지도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헌법 초안을 확정지음으로써 문혁 이후의 중공체제를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곧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4기 인민대표대회에서 이 초안이 다소간 수정된다해도 대강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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