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동서연극의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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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대인도의 영향을 크건 작건 받은 동양의 연극은 종교적인 색채가 있다. 연극을 예술로 인정치 않았던 중국이나 가면극이 발달된 한국이나 「노오」(능)극이 이루어진 일본, 「산스크리트」연극의 인도 등 동양의 연극들은 속세적인 내용과 풍자가 곁들여져 있으나 종교적 색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인 충족감을 즐겼던 희랍의 영향을 받은 서양의 연극은 희랍시대부터 이미 종교에 예속되지 않은 연극을 완숙시켰다.
중세를 거쳐 현대로 접어들면서 동양연극은 나라별로 극적 형식이나 공연방식이 제례적, 혹은 사회적, 혹은 역사적으로 이질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번역이 되거나 교류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그러나 연극이 종교적 색채를 없애고 일반대중의 언어를 사용했고 기독교적 신앙에 따라 국왕보다 평민을 중시했기 때문에, 또 오락으로 인간상호간의 교신으로 연극이 사용됐기 때문에 연극이 국경선을 넘어 전 서양인들에게 매력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극장이 실내극장·야외극장, 무대를 갖춘 극장·거리·「카페」등으로 변하고 극작가 「유리피데스」에서 「아더·밀러」로, 「셰익스피어」에서 「이오네스크」로 이어 내려오고 바뀌었지만 서양연극 자체에는 언제나 동질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동질성은 어떤 관객에게라도 어느 시대의 어느 작가 작품이든 보여준다는 것을 뜻하고 모든 희곡문학을 비극·희극·「맬러드라머」의 셋으로 나누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한 세기간 동·서양의 연극교류가 이루어졌고 요즘 서양에는 새 연극형식을 모색하는 반연극 작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반연극의 흐름을 동양에서도 직수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동양에서는 연극의 성장과 기반을 극작가와 연출가에 두어야만 한다. 관객·공연장소·배우·작품·시대와 민족을 알고 대본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출가와, 또 연극을 가능케 하는 극작가에게 성장과 실험의 기반이 두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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