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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깨끗한 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해 방지를 위한 일련의 규제가 강화될 것처럼 보인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좋은 일이다.
보사부는 공해 방지법 시행 규칙을 개정, 지금까지는 행정 조치로만 단속해오던 아연·동·「카드뮴」·수은·연·「망간」 등을 새로 오염 물질로 추가 규정하고, 공해 방지 규제 대상 시설도 현재의 52개 업종을 1백35개 업종으로 늘렸다. 또 「암모니아」·일산화탄소·염화수소 등 대기 및 수질 오염 물질의 배출 허용 기준도 보도된 바와 같이 크게 강화했다.
한편 일반 서민의 일상 생활에 이미 널리 보급되고 있으면서 그 안전성 여부를 둘러싸고 부단한 시비가 있었던 식기 및 과일 세척용 중성 세제의 품질에 대해서도 이번에 식품 위생법을 개정하여 엄격한 규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욕구요 또한 권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민 복지의 첫 대전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건강」을 위한 각종 해설이나 상담 기사가 엄첨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상도 건강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희구의 강도를 나타내는 한 척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이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례 없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현대인들의 건강한 삶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여러모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라 해야할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최소한의 요건은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다. 그것은 다 예전 같으면 그의 존재조차 의식할 필요가 없을 이만큼 얼마든지 그저 주어져 있던 자명스런 자연의 소여 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바로 이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갈수록 희귀한 것이 되고, 과거에는 전혀 값없던 것이 이제는 가장 값진 것이 되고 있다.
공업화의 과정에 수반된 급격한 대기오염·수질오염의 결과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공해라는 이름 밑에 포괄되는 이 같은 각종 환경의 오염 현장은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그 동안 공업화를 위한 「필요악」으로서 울며 겨자 먹기로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다. 특히 성장 제일주의의 기치를 들고 지난날 자본과 기업에 지나친 보호를 해온 정책 당국은 지금까지도 공해 문제의 거론조차 기피케 해온 기미마저 없지 않았다.
그 결과로 특히 우리 나라 전 인구의 5분의 1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수도권의 대기오염·수질오염 상은 이제 세계에서도 가장 한심한 상태로, 오늘 당장 시민 생활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수위에까지 다다르고 만 것이다.
더우기 공해의 발생원이 기업 자본이라는 강자요, 그의 피해자는 무력한 서민이라는 약자고 보면 공해 방지를 위한 규제에는 강력한 공권력에 기대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형편에 있다.
따라서 본난이 과거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바와 같이 공해 대책을 위한 급선무는 행정 당국이 기업 성장에 못지 않은, 아니 기업 성장에 앞서는 「웨이트」를 일반 국민의 건강 고지에 두도록 가치 전환이 있지 아니하면 안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정말 공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행정 당국의 「뜻」이 법적 규제나 행정 조치 등 기술적인 문제에 앞서 분명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번 보사부의 강화된 공해 방지 조치가 그런 뜻의 표현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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