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민주주의의 기본|「민주주의와 비판의 윤리」 공개 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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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주의와 비판의 윤리」를 주제로 한 CBS 공개 강좌가 지난 5일 기독교 방송국 2층 강당에서 열렸다. 2백여명의 청중이 참석한 이날 강좌에서 연사 김일철 (서울대 신문대학원) 이영호 (한국 정책 개발 원장) 한승헌 (변호사) 제씨는 『올바른 비판은 애국의 길이고 국민의 의무며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의 요약이다.

<우리는 권위주의 사회>
▲「민주 사회와 엘리트 계층」 (김일철) =「엘리트」의 계층은 권력 구조에 따라 성격이 나누어진다. 또 사회 전체의 발전 방향에 중대한 결정을 하는 권력 구조는 소수의 사람들이 집행하는 폐쇄적 권력 구조와 다원적이고 다수에 의한 개방적 권력 구조로 분류된다. 폐쇄적 권력 구조는 주로 통제에 의해, 또 개방적 권력 구조는 통제와 균형으로 권력을 시행한다.
이 두가지 개념으로 볼 때 우리 사회는 자발적이고 의사 전달의 기능이 활발한 집단이 별로 없는 폐쇄적 사회 구조에 속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권위주의 속에 빠져왔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권력 구조 속에서 권력형 「엘리트」와 지적 「엘리트」로 나누어진다. 지적「엘리트」는 다시 기능 「엘리트」와 이념 「엘리트」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것은 기능적 「엘리트」보다 바로 이 이념적 「엘리트」이다. 기능적 「엘리트」는 기술적 문제에서 「어떻게?」만 생각하지만 이념적 「엘리트」는 「왜?」를 생각한다. 이념적 「엘리트」는 민족의 역사와 장래에 공헌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이러한 이념적 「엘리트」가 필요하며 다만 권위주의의 오랜 전통에 젖어온 사회 구조 속에서 많은 이념적 「엘리트」를 존재할수 있게 하는 여건과 풍토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무사안일 위주는 위험>
▲「민주 정치와 비판의 기능」 (이영호) =사회 변화의 「템포」가 빠른 상황아래서는 무엇이 최선의 정책인가 하는 것을 가려내기 어렵다. 정책은 한사람의 의견이나 관리에만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 어렵다.
최선의 정책은 자유로운 의견이 교환돼야 얻어진다. 원래 관료 체제는 과거 정책을 그대로 지속하려고 하기 때문에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쉽다.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안이한 체제는 위험을 초래한다.
이러한 방향을 시정해 주는 것이 바로 비판이다. 즉 언론의 자유를 통해 좋은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적이고 최선의 정책을 찾기 위해서는 국가에 유익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되고 장려돼야 하며 그 같은 비판이 정책 연구가들에게 반영되어 보완하고 시정하는 정치풍토가 돼야 비판의 기능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민주정치가 될 것이다.

<비판은 국민의 의무다>
▲「비판과 반대의 윤리」 (한승헌)=비판은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무권력자가 유권력자에게 할 때, 또 권력층이 싫어하는 말도 마음놓고 할 수 있을 때 참된 비판이다.
참된 비판은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비판이 없을때 그 사회가 안전하고 무풍지대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비판은 비판을 하는 쪽보다 받는 쪽에 유리한 영향을 주며 자기를 반대하는 쪽의 비판에서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강력한 비판을 할 줄 아는 강력한 국민이 있어야 정부도 강해진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비판권을 행사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기 나라를 예찬하는 것이나 자기 나라를 위해 비판하는 것이나 모두 애국하는 일이며 올바른 비판은 국민의 의무이며 권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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