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6·4선거 여론조사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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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부산 사정에 밝은 한 새누리당 인사가 부산시장 선거전에 대해 한 얘기다. 10일 일제히 발표된 부산지역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 그간 새누리당 후보 자리를 놓고 서병수 의원과 박민식 의원의 ‘2강(强)’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권철현 변수’가 돌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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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와 한길리서치가 부산지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22.3%로 1위를 기록해 서 의원(13.8%)과 박 의원(7.5%)을 앞섰다.

 부산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권 전 대사는 23.2%로 1위였다. 이명박계 출신 권 전 의원이 친박 실세 서 의원을 제치고 선두를 줄달음치는 형국이다.

 2위는 서 의원(14.5%), 박 의원은 설동근 동명대 총장(10.8%)에 이어 4위로 밀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지낸 설 총장은 부산시 교육감을 세 차례 지내는 등 지역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다.

 야권 후보를 포함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 결과를 점치기 더 복잡해진다. 부산MBC·한길리서치조사나 국제신문·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3자 대결 시 여권 후보 3인방(권 전 대사, 서 의원, 박 의원) 중 누가 나서더라도 오 전 장관을 앞섰다.

 다만 권 전 의원의 지지율(35.6%)이 서 의원이나 박 의원보다 높았다. 오 전 장관을 무소속 후보가 아닌 안철수 신당(새정치신당) 후보로 대입한 결과다. 오 전 장관은 두 여론조사에서 28%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권 후보들과 그리 격차가 크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김영춘 전 의원은 5~6%대의 지지를 받았는데 오 전 장관과 김 전 의원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후보들과 오차범위 이내로 들어가게 된다.

 부산KBS·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더 알쏭달쏭해진다. 이 조사에 따르면 3자 대결의 경우 오 전 장관은 41%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권 전 대사(39.8%)나 서 의원(38.5%)을 따돌렸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따른 양자 대결을 상정할 경우 그 차이는 더 벌어져 오 전 장관은 46%대 지지율을 보이며 서 의원에겐 5.4%포인트, 권 전 대사에겐 5%포인트 앞섰다.

 당선 가능성을 물은 국제신문·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오 전 장관이 부산시장이 될 것이란 응답이 18.6%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서 의원(16.2%)과 권 전 대사(12.0%), 박 의원(4.7%)이 이었다. 부산시민들이 ‘오거돈 부산시장’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오거돈 개인의 경쟁력’과 ‘여권 후보들의 난맥상’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오 전 장관이 말을 좀 더듬고 말투도 어눌하지만 행시에 합격하고 장관에 이르기까지의 이력은 화려해 ‘인간극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며 “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의원들의 견해는 다르다. 한 부산지역 관계자는 “여권에선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지난 19대 총선 때, ‘낙동강 벨트’ 운운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오 전 장관이 어디로 갈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만큼, 당내 경선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안철수 신당도 오 전 장관 영입을 타진하고 있으나 오 전 장관은 무소속 출마 입장을 지키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된 김두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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