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고위인사 "국정원 도청 2건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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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이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과 한나라당이 수사 대상.방향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이나 한나라당이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여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야당의 주장과 달리)국정원이 불법도청을 안한 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수천명의 직원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곳으로 해외정보를 얻기 위한 감청은 당연히 한다"면서 "우리가 알기로 (국내와 관련된)확실한 도청은 두 건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에 있던 한화그룹 회장이 청와대 모 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한생명을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것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본인 요시다의 통화 내용이 그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청와대가 요새 그럴 힘이 있느냐'고 답했고, 박지원 실장도 '그런 일(현대와 관련한 요시다의 부탁 내용인 듯)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이런 당사자들의 답변을 삭제한 채 도청을 주장했다"고 말하고 "이 두 건 외의 야당의 주장은 모두 국정원의 첩보보고 내용을 도청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독일에 체류 중인 김승연 한화 회장이 국내의 그룹 사장과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丁모 의원 등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박지원 실장이 2001년 대북 밀사인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사장 등과 세 차례 국제전화를 통해 대북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 "결국 여권이 도청 사실을 일부지만 시인한 것"이라면서도 "국내 도청이 없었다는 주장은 검찰의 수사 방향을 국정원의 기밀 유출, 야당의 허위폭로 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朴鍾熙대변인)"라고 반발했다.

朴대변인은 "감청기술상 해외가 가능하다면 국내 도청도 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국정원이 감청은 하지만 정치.언론사찰은 안한다는 교묘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다른 고위 당직자는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고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월권행위를 한 관계자가 누군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도 국정원이 국내 도청을 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여권이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엉뚱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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