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에 숨진 청빈 30년 용산서 김규석 경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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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5일 밤 제3한강교의 공사 위험 표지판을 고쳐 세우려다 차에 친 서울 용산 경찰서 보안 과장 김규석 경정(53)은 삶에의 의지도 보람없이 7일 하오 9시45분쯤 동료 경찰관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사고 후 김 경정은 사경을 헤매면서도 이따금 정신을 차릴 때마다『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음을 이길 수 있다』고 되뇌며 평소의 그대로 끈질긴 의지를 보였었다.
김 경정은 상오 6시에 서대문구 홍제동 집을 나와 5km 떨어진 용산 경찰서까지 걸어서 출근했고 부하 직원들에게는『과욕하지 말고 중심이 있는 사람이 되라』고 타이르며 칭빈한 생활의 모범을 보여 왔다.
그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곧잘 했다.
사무실의 책상 옆에 늘 아령을 놓고 근무 중에도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하며 검도·「테니스」에도 뛰어나 30대 청년 못지 않은 체력을 유지했다. 김 경정은 경찰관에게는 휴식이 있을 수 없다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마음의 균형」·「몸의 균형」·「호흡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자신의 독특한 건강 유지 법을 항상 주변에 가르쳐「별난 과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직무에 열중, l주일에 한번 정도밖에 집에서 자지 않았다.
45년 1월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한 김 경정은 온양 경찰서장·서울 마포서 보안 계장 등을 지내 왔으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330의 단칸짜리 판잣집에서 5식구가 30여 년 동안 청빈하게 살아온 모범 경찰관. 이들 가족은 지난 5월말 이 일대 판잣집이 헐리는 바람에 경기도 시흥 군 서면 광명 리에 18평 짜리 집을 처음으로 마련, 온 식구가 기뻐하기도 했다는 것.
김 경정의 강직과 성실함이 알려져 대통령 방위 포장(54년)·문성 화랑 훈장(54년)·청렴 결백상 등 그 동안 21 차례나 각종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서울 시경은 김 경정의 장례를 오는 9일 용산 경찰서 뒤뜰에서 서울 시경 국장으로 지내고 유해를 남 서울 공원 묘지에 안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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