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벽지 어린이들의 정성 결실…「미니」도서관 홍성군 갈산국민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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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홍성=김원태 기자】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벽지국민학교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폐품을 수집, 꼬마도서관을 세웠다.
홍성군 갈산면 갈산국민학교(교장 장재일·48)는 4일 재학생 1천1백76명과 3백 여명의 동창생·학부형·군내 각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정에서 도서관개관식을 가졌다.
학교뒤뜰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건평 21평의「콘크리트」단층 건물로 열람실(60석)과 서고를 갖추고 있다.
갈산국민학교 어린이들은 지난해 4월 총회를 열고 전교생이 힘을 모아 도서관을 세우기로 결의, 휴지·고철·빈병 등 폐품수집과 잔디씨 모으기·칡잎·「아카시아」잎 등 녹사료 채취에 나섰다.
어린이들은 등·하교 길을 이용, 폐품수집에 정성을 쏟았다.
만1백일만인 지난해 7월12일 어린이들은 그동안 모은 빈병 2천5백40개, 휴지 5.4t, 고철 9.5t, 잔디씨 5가마, 녹사료 15t 등을 팔아 24만5천1백45원을 마련했다.
학생회장 홍현선군(14·6학년2반)은 이 돈을 강 교장에게 도서관 건축기금으로 써달라고 전달했다.
어린이들은 사흘후인 15일 학교측이 주선한 도서관 착공식을 갖고 방과후엔 학년별로 손수 벽돌을 찍기 시작했다.
기초「콘크리트」작업과 벽돌 만들기가 거의 끝날 무렵, 어린이들이 힘겹게 마련한 건축기금이 동났다. 공정 35%에서 어린이들은 맥이 빠진 채 집 짓는 어려움을 실감한 것이다.
어린이들의 향학열과 갸륵한 정성에 감동한 동창회장 박정규씨(55)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매듭지어 줄 것을 결심하고 5천3백32명의 동창생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5일 1백27명의 동창회원들로부터 80만9천5백원을 모금, 공사를 계속해 착공 1년만인 4일 완공을 보게 된 것이다.
도서관을 갖게된 갈산국민학교 어린이들은 위인전집, 교양서적 등 도서 1천권 확보를 목표로 계속 폐품수집운동을 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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