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록 깰 만해요" … 여유만만 썰매 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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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해발 1215m, 길이 1500m 코스, 19개의 커브. 스켈레톤 대표팀 막내 윤성빈(20·한국체대)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중력과 속도, 빙질과 커브의 각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공략법을 찾는 고차 방정식을 풀고 있다.

 윤성빈은 6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에 위치한 샌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처음 실전 코스를 경험했다. 자신의 썰매로 두 차례 슬라이딩 센터 트랙을 타면서 감각을 익혔다.

 여유 있게 올림픽 출전권을 딴 다른 나라 선수와 달리 윤성빈은 막판까지 미국·캐나다·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소치행 티켓을 따기 위해 경쟁했다. 일찌감치 소치 코스를 경험한 다른 나라 선수보다 불리하다. 첫 실전 연습 후 윤성빈은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창피했다”고 잘라 말했다. 첫 연습이었지만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던 기대에 못 미쳐서다. 그의 기록은 59초36. 경쟁자 중에는 57초대를 기록한 선수도 있다.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지난 2012년 7월 썰매를 타기 시작한 윤성빈은 1년반 만에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으로 급부상했다. 스스로 ‘애늙은이’라고 할 정도로 꼼꼼하고 철저하게 코스 연구를 한다. 그는 보통 대회 1주일 전에 경기장을 답사한다. 운동신경은 물론 머리도 좋아 코스 적응이 빠르다. 조인호(36)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는 “성빈이는 어떤 대회든 철저하게 코스를 분석하고 따진다. 하나를 보면 열을 터득해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지난해 11월 아메리카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땄다. 올해 1월에는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륙간컵에서 첫 정상에 올랐다. ‘한국 썰매 개척자’ 강광배(4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FIBT) 부회장조차도 “이런 선수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다.

 스켈레톤 경기가 열릴 샌키 슬라이딩 센터는 해발 1215m에 커브 구간 19개를 거쳐야 하는 1500m 길이의 슬라이딩 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난도가 높은 트랙은 아니어서 스타트가 성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원하는 만큼 무제한 훈련이 가능한 일반 국제 대회와 달리 올림픽에서는 경기 일정이 촉박해 개인당 10차례만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다. 윤성빈은 “아직 연습이 더 남았으니 어려운 점은 감수하고 감각을 빨리 찾겠다”고 했다.

 윤성빈의 시계는 2018년 평창에 맞춰져 있다. 이번에는 한국 역대 썰매 종목 최고 성적인 19위(2010 밴쿠버 봅슬레이 남자 4인승)를 뛰어넘어 15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타보니 내 목표치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다. 크게 긴장하지 않고 내가 원했던 레이스를 펼쳐보겠다.” 윤성빈의 담담한 출사표다.

소치=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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