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은 심었어도|함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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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네가 던진 절망
낡은 소쿠리에
따 담은 능금
비틀거리는 화려한 거리
샅샅이 뒤졌으나 부려놓을 곳 없어
눈물로 찾아온 침묵의 골짜기
기름진 땅을 파고
묻어버렸다.
세월을
몇 차례 옷 벗으면
새살 돋아 나온 능금가지가
어우러진 숲 되어
내 입을 뒤덮으리
그럼
이 쓸모 없는 소쿠리를
어디에다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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