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납입자본금은 18조여원, 잉여금은 110조여원으로 유보율이 607.8%였다. 유보율이 60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106.4%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유보율이란 잉여금이 자본금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비율이 높으면 기업이 빚을 내지 않고서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1869%로 가장 높았다. 2003년부터 경영권 문제로 홍역을 치른 SK도 1187%를 기록, 그룹 경영진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을 활발하게 한 삼성과 현대중공업.한진 등도 유보율이 500% 이상이었다.
12월 결산법인 전체(금융업 제외)로는 543.24%로 2003년보다 70%포인트 높아졌다. 1000%이상인 상장사는 79개였고, 500~1000% 미만인 기업은 113개였다. 큰 폭으로 유보율이 늘어난 기업은 SK텔레콤(1만5865%).롯데칠성(1만2335%).태광산업(2만5178%) 등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유보율이 높은 기업은 재무구조가 튼실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영업 실적이 나빠도 땅이나 건물을 매각해 유보율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는 유보율과 실적, 현금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대기업 자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올려 자회사 경영 상황을 반영(지분법 평가)한 모기업의 순익이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지분법 평가란 모회사가 20% 이상 출자한 자회사의 순익과 순손실을 보유 지분만큼 모회사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조사대상 467개사의 총 평가손익은 8조4429억원이었고, 평가 이익을 낸 업체 수는 238개였다. 한국전력공사.SK.LG전자.삼성전자 등은 순익이 많았고, KT.코오롱.미래와사람.고려아연.아세아시멘트 등이 손실이 많았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