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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박권상 전 KBS 사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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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KBS 사장을 지낸 원로 언론인 박권상(사진)씨가 오랜 투병 끝에 4일 오전 별세했다. 85세.

 1980년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그는 50여 년간 통신·신문·방송에 두루 몸담아온 한국 언론계의 거목이다. 다양한 국제 경험을 통해 우리 언론에 서구적·국제적 감각을 도입하는 데도 앞장섰다. 55년 한국 언론인 최초로 미국 연수를 떠나 서구 저널리즘을 체험했고, 귀국 후 한국 언론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자며 ‘관훈클럽’ 창립을 주도했다. 같은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소설가 최일남은 “고인은 과거 우리 언론에 스며 있던 일본 스타일의 문투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89년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을 창간하면서는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아트 디렉터’라는 직제를 두며 시각적 편집을 강조했다.

 고인은 29년 전북 부안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52년 합동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뎠고 한국일보 논설위원 등을 거쳐 40세에 동아일보 편집국장에 취임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던 80년 5공화국의 언론통폐합으로 강제 해직됐고, 해외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89년 시사저널 주필로 언론에 복귀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98~2003년 KBS 사장을 지냈다. 앞서 국회제도개선위원장(93~94)과 김대중정부 출범을 전후로 정부조직개편 심의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하버드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영국 옥스퍼드대 세인트안토니스 칼리지 연구원, 국제언론인협회(IPI) 한국위원회 이사, 국제방송통신기구(IIC) 이사 등을 지냈다. 『자유언론의 명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고 인촌문화상, 한국언론학회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최규엽씨와 아들 일평(기업인)씨, 딸 소희(미국 밴더빌트대 교수)·소원(영국 옥스퍼드대 영문학 박사)·소라(호주 국립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은 7일 오전 10시,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유토피아 추모관이다. 02-2258-5940.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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