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조성식 <고대교수·영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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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 같은 사람이다 「테니스」를 하고 또 수삼 년째 계속하는 것을 보면「테니스」가 세계적으로 무척이나 퍼지고 퍽 재미있는 운동인가 보다.
이렇게 「테니스」가 「붐」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다른 오락과는 달리「테니스」는 그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있어 감히 남에게 권할만한「스포츠」인 것 같다.
중학교 때 연식「테니스」를 친답시고 「코트」를 들락날락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객기 반, 멋 반으로 공을 차느라고 이곳저곳을 쫓아다녔다. 그래서인지 또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지 잘 하지도 못하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스포츠」경기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참가하거나 구경을 다니느라고 부산을 피운다.
나이를 그만큼 먹고 그게 무슨 수선이냐고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또 나 나름대로의 구실을 갖고 있다. 생활의 단조로움이란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이러한 생활에 굴곡을 주는 것이 바로 사지를 움직이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잠시 잊고 잘 정돈된 구장에서 뛰어다닌다는 사실은 자못 상쾌하고 정신위생상 좋은 일이다.
하루종일 연구실에 들어앉아 책상을 맞대고 잘 떠오르지 않는 독창력과 씨름을 한다해서 연구가 되고 업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할 일 안 할 일에 일일이 참견하여 바쁘다는 형용사를 마치 자랑거리나 되듯이 입밖에 내며 부산을 떤다고 해서 일이 이루어지고 돈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자기의 할 일을 충실히 또 정확하게 해나가면서 정신과 육체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짜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바로 현대생활의 묘이며 멋이라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테니스」는 우리 분수에 알맞은 「레크리에이션」이라 할 수 있다. 피곤한 마음과 몸에 부드러움을 주어서 우선 좋다. 「테니스」를 통해 새로운 벗들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벗들과 어울려 담소하는 가운데 언제나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시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부수적인 수확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난무하는 백구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벗들과 같이 호흡하며 같이 느끼며 같이 뛴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이라 하겠고 이렇게 해서 메마른 사회에서나마 삶의 약동을 재인식할 수 있다.
이른바 현대문명이 가져온 기계화된 생활질서의 틈바구니에 끼여 요지부동의 자세가 강요되며 마음놓고 심호흡을 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생활여건 하에서는 최소한 제멋대로 웃고 뛰고 치고 하는 여백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이러한 여유 없이는 답답해서 사는 게 힘겨워진다. 따라서 될 수만 있다면 이러한 여러 달갑지 않은 환경을 타개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누구나 손쉽게 「테니스」정도의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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