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관식 동양화근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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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6세의 동양화원로화백소정 변관식씨가 5년만에 근작전을 열고있다 (5일∼12일·현대화랑). 변화백은 69년에 힘들여 고희작품전을 열었는데 이번전시회에는 소품중심으로 출품했다. 노련한그의 산수풍경이긴하나 역시 노경의 담담해진 화폭들이다.
소정은 소림 조석진의 외손으로 소림한테 그림을 배웠는데, 마른 붓끝이 드러나는 갈필의 묘사와 대담한 구도로 특징지을 개성적인 작가다. 그는 다른 미술계 원로들처럼 갖가지 수상복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고집스러울이만큼 자기 경지를 지켜오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화격과 인품을 존경받는 터다.
그의 무딘 갈필과 또 즐거쓰는 갈색담채는 오늘의 우리 산천이나 문학적 풍토를 묘사하는데 가장 걸맞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언뜻 거칠고 메마른 느낌이지만 반면에 거기서 풍기는 풍토적 정감은 한결 강렬한 것이다. 그 점은 작품에서만이 아니고 바로 소정화백으로부터 받는 인간미이기도 하다.
화단의일부에서는 근래「돈벌이화업」의 풍조가 팽창돼가는 느낌인데 변화백은매양 그턱으로 돈암동의 조그마한옥을 지키며지낸다. 그것은 한갓화필을 즐거움으로 삼는 옛유풍을 은연 이어받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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