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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오일·달러」 어디에다 쓸까 고심-페르샤만 산유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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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석유값 인상으로 「페르샤」만에 흘러 들어오는 막대한 석유「달러」는 얼마전만 해도 낙타와 사막의 고장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던 이 지역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이곳에 모여드는 석유「달러」는 석유 가의 인상폭에 따라 계속 늘어날 전망인데 현행가격으로 따지더라도 77년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하게 될 외환축적 총액은 1천억「달러」, 80년까지는 무려 3천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90만명의 인구밖에 없는 「쿠웨이트」는 74년 수입만으로도 65억「달러」가 남아 돌아가 투자방법을 찾고 있으며 「아부다비」는 60억「달러」가 쌓이고 있다. 만약 이 액수를 2만5천의 「아부다비」주민들에게 나눠준다면 1인당24만「달러」꼴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물론 부를 이런 식으로 균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석유「달러」가 쓰여지는 방도는 ①복지 국가의 건설 ②대「이스라엘」전쟁에서 제1선을 맡고 있는 「이집트」「시리아」「팔레스타인·게릴라」들에 대한 원조 ②자국의 군비 확장 ④자국 기간산업의 육성 및 대외투자 등으로 대별된다.
복지국가의 건설은 석유「달러」축적 만큼 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급진파의 등장과 이를 발판만으로 한 산유국간의 불화 및 소련의 침투 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방면에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할 쿠웨이트의 경우 무료전화시설, 관세를 제외한 모든 조세제도의 철폐, 의료 및 교육의 무료제공에서 심지어는 무료주택제공 등 광범한 복지사회가 실현되고 있다. 모든 「쿠웨이트」국민은 직업이 보장되어 있으며 황태자의 승인없이는 누구도 해임될 수 없다.
이렇게 하고도 74년 예산에서 쓰고 남는 돈은 1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석유「달러」는 훨씬 보수적인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파이잘」왕은 이 엄청난 국가 「아랍」과 회교의 전통적 가치관과 윤리 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쓰여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일례를 들어 남자들에게는 초등학교 6년간의 무료 의무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 여자들에게 의무교육을 시키는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페르샤」만 국가들은 하나같이 훈련된 기술공의 부족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석유의 매장량이 고갈될 경우에 대비해서 가까이는 석유공업으로부터 멀리는 다양한 기간산업을 육성하는데 잉여「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지만 워낙 국내산업기반이 없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무성은 수입의 80-90%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배우고싶다며 『거대한 부의 축적은 힘이 아니라 위험이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때 석유「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에 투기적으로 투입되어 금융체제를 마비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쿠웨이트」의 투자책임을 맡고 있는 「아부·살루드」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를 부인한다. 『친구와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탄 사람은 기차가 탈선하는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달러」를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페르샤」만 국가들은 대소를 막론하고 모두 군대를 갖고 있다. 이중 「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3국은 금년 한해만도 50억「달러」이상의 돈을 신형 무기구입에 쏟고 있다. 「이란」의 「팔레비」왕은 수입의 20%를 무기구입에 쏟아 넣으면서 「이란」이 『「페르샤만」의 경찰역』을 맡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라크」에서도 경쟁적으로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이 미제 전폭기를 구입하면 「이라크」는 소제 「미그」기를 사들인다. 이 양자간의 군비경쟁은 「오만」에서 진행중인 「게릴라」전에서 표면으로 나타나 「이란」이 정부군을,「이라크」가 「게릴라」를 지원하고 있다. 지나친 군비경쟁은 이 지역 안에 전쟁의 가능성을 계속 높이고 있다.
부의 축적은 통치자와 급진파간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가져온다. 현재 좌경지하조직은 이 지역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런 부의 축적으로 분위기가 들뜬 이 지역에서 국민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 서방외교관은 말한다. 『통치자는 국민들이 이 부의 온당한 몫이 자기들에게 돌아온다는 환상을 줘야된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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