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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처 자식이 서모 잘 모시게 … 어느 양반의 재산 분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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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선시대 양반의 첩은 대개 정실(正室·본처) 자식들로부터 괄시를 당했다. 이를 막기 위해 첩에게 재산을 물려준 양반의 사연이, 첩이 죽기 전 남긴 분재기(分財記·재산 상속과 분배를 기록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8일 공개한 진양 하씨 가문의 분재기다.

 주인공은 사육신의 한 명인 하위지(河緯地·1412~56)의 조카 하원(河原·1451∼1518)의 첩이었던 감장(甘莊). 감장은 1531년 분재기를 썼다. 그에 따르면 남편 하원은 죽으면서 유서를 남겨 재산 일부를 감장이 소유하되 나중에 누구에게 물려줄지를 전적으로 감장이 결정하도록 했다. 감장은 ‘(철민이) 가까이 살며 아침저녁으로 내 마음을 편안케 하고 봉제사(奉祭祀·조상 제사를 모심)에도 정성을 다한다’며 논·밭 7마지기, 노비 2명 등을 하원의 손자 철민에게 남겼다. 실제로 본처 자식들이 서모 감장을 정중하게 섬긴 것이다. 첩을 사랑한 양반 하원의 배려가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분재기에 따르면 감장은 본처의 자식들 간에 재산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보증인을 세우고 양도문서 집필자도 따로 구하는 등 꼼꼼함을 보였다. 다만 첩 신분이어서 손자 철민을 낮춰 부르지 못하고 ‘하철민씨’라고 존칭으로 대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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