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년 역사 '러시아의 목소리'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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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24년의 유구한 세월 동안 러시아인들의 영혼을 위로해온 상트 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의 첫 내한 공연이 29, 30일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와 4월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이 합창단은 1479년 러시아 황실 예배당 성가대로 출범해 '인민 아카데미 합창단''레닌그라드 글링카 국립 아카데미 합창단' 등으로 불리다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1973년부터 30년간 줄곧 지휘를 맡아온 블라디슬라브 체르누센코(67.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장)가 이끄는 60명 규모의 무반주 혼성 합창단이다. 음악적 매력은 남성 최저 성부의 깊은 울림에서 나온다. '낮은 베이스'라는 뜻의 옥타비스트(또는 바소 프로푼도)가 8명이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투박하면서도 탄탄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이 목소리는 러시아 합창에만 등장하는 제5의 성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카펠라는 합창과 실내악을 위한 전용 콘서트홀'아카데미아 카펠라'(1889년 개관)를 갖고 있을 정도로 러시아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베토벤의 '장엄 미사'를 세계 초연했으며 헨델의'메시아', 베를리오즈의 '레퀴엠' 등의 러시아 초연을 도맡아 해왔다.

서울 공연에서 들려줄 라흐마니노프의 '저녁 기도'는 전 15곡 중 10곡을 동방 정교의 전례 성가에 기초해 작곡한 것. 러시아 혁명 이후 연주가 금지됐다가 지휘자 체르누센코가 1982년 과감히 연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공연메모>

▶통영=29일 오후 7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 체스노코프.보르트니안스키 등 러시아 정교의 교회음악, 2만~5만원(학생 1만원). 30일 오후 4시 통영 충무교회당, 라흐마니노프'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전례음악'. 2만원. 055-645-4959.

▶서울=4월 1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 라흐마니노프'저녁 기도', 러시아 민요. 2만~6만원. 02-778-6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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