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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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이것은 「빅트르·위고」가 쓴 편지의 전부였다. 그 회답은 역시 부호 하나인 『!』.
위고는 『레·미제라블』이라는 명작을 남긴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짧은 편지를 쓰게 된데에는 이런 일화가 숨어있다.
그는 「나폴레옹」3세 치하에서 살고 있었다. 「나폴레옹」온 그 당시 전쟁절대주의를 부르짖으며, 개인의 자유도 평화도 인정치 않았다. 위고는 이런 정치에 대항하는, 이를테면 반체제 작가였다.
명작 『레·미제라블』은 나쁜 정치가 한 개인의 생애에 어떻게 파급되는가를 고발한 작품이었다. 무죄한 「장·발장」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시대를 넘는 감동을 갖고있다.
이런 소설이 「프랑스」에서 발간될 수는 없었다. 「위고」는「벨기에」의 「브뤼셀」에 있는 한 서점에 그것을 의뢰했다. 그 원고가 햇빛을 보게되자 위고는 『반응이 어떻습니까?』라는 편지를 『?』으로 대신한 것이다. 서점주인도 상당한 「유머리스트」였던지, 『!』라는 회답을 냈다. 그 부호 하나, 하나가 함축한 의미는 말할 수 없이 길고 깊다. 편지는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각설하고, 「북에서 온 편지」들은 바로 그런 길고 깊은 여운을 갖고 있다. 최근 동경의 「일본인 처 왕래 실현본부」라는 곳에서 발표한 북송교포의 일본인 처들이 보낸 편지들은 하나같이 애절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현실을 증언하는 천마디의 웅변보다도 더 큰 위격을 전달해 주고 있다.
「오징어」·「두부」·「쌀밥」등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식품으로 표현되어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그들은 한결같이 깊은 고뇌를 보여 주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체제의 문제라기 보다는 생존의 문제이다. 어떤 정치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생존의 조건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그것은 실패작이다.
『나쁜정치체제』가 인간의 위치를 얼마나 비참하게 전락시키는가를 이들의 편지는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무엇보다도 인간세계와의 단절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 편지의 왕래도, 따뜻한 인간의 미소도 없는 것을 여간 안타까와하지 않았다. 자유를 누리던 사람들이 그 자유를 박탈당한 고뇌는 청천벽력일 것이다. 바로 그런 마음의 아픔이 이들 편지의 행간엔 넘쳐있다. 자신의 생애를 정치와 무관한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는 안이한 생활태도의 사람들에게 이들은 실로 찬물을 끼얹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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