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금값자유화선언』-미에 「쇼크」안긴 EEC의 공정가제폐지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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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월23일 EEC구주공동시장재상회의는 현재 「온스」당 42·22「달러」로 묶여있는 금공정가의 폐지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2월18일 EEC각료회의에서 「검토」를 결정했던 금 공정가철폐문제는 명백히 방향을 잡게된 셈이다.
사실 자유시장가격이 「온스」당 1백70「달러」선까지 육박하는 판에 정부 보유금을 42·22「달러」로 눌러둔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일물일가의 경제법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금의 교환수단 및 상품으로서의 가치까지 제약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EEC의 이와같은 결정은 현행 금 공정가의 유지를 강력히 주장해오던 미국에 큰「쇼크」를 줄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뜩이나 틈이 벌어져있는 양측의 관계를 한층 서먹서먹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원래 금 공정가의 정상 내지 철폐문제는 「프랑스」의 「이니셔티브」로 제기되었었다. 그리고 「프랑스」가 이 안을 내놓은 것은 원유파동으로 인한 석유적자 때문이었다.
즉 연1백억∼1백50억「달러」에 이를 원유적자를 메우자면 EEC제국이 방대한 기개를 해야하는데 국제금융시장에는 그만한 재력도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기항경쟁으로 인한 금리상승은 국제경제전체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현재 EEC 제국이 갖고있는 정부보유금을 시장가격에 가깝도록 재평가하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것이다.
EEC통화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가맹국정부가 보유하고있는 금은 공정가격으로 쳐서 약1백80억「달러」. 따라서 이것을 현재의 자유시장 가격으로 재평가할 경우에는 가만히 앉아서 5백40억「달러」로 불어난다.
이 돈을 원유적자의 보전기금으로 사용하면 최소한도 3년은 견딜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산유국에서 환류해 오는 돈으로 넉넉히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안이 나오자 외화보유고중 금의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가 쌍수를 들고 역성을 들었고 「벨기에」, 「네덜란드」도 적극 밀었다.
한편 처음에는 아리송한 태도를 취하던 영국도 3월에 접어들면서 찬성쪽으로 기울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20국 재상회의에서 「미첼」영국재상이 금 공정가 인상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금 공정가 인상에다가 약간의 꼬리를 달았다. 거래는 중앙은행에만 한정해야한다는 조건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 공정가를 지금보다 높이되 일거에 자유시장가격 수준으로 만들면 충격이 클테니까 『적당한 폭』으로 제한하고 그 대신 매매거래는 중앙은행끼리만 하자는 내용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갖고있는 서독의 입장은 한층 미묘하다.
서독은 정부보유고가 현 싯가로 50억6「달러」에 이르나 이것은 실제 보유고의 15%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43억「달러」가 실제 보유고의 50%, 「이탈리아」의 35억「달러」가 실제 보유고의 60%를 반영하고있다는 사실에 비춰 볼때 서독의 향배야말로 금 공정가 문제의 열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서독은 적어도 금 가격문제를 「유럽」단독으로 결정하는데 반대다. 공정가의 굴레를 풀어버리면 제일 덕을 보지만 새로운 금「블록」의 맹주가 되는게 싫다는 투다.
그러나 EEC재상회의는 결국 금 공정가철폐에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이 원칙을 관철한다면 금 폐화·「달러」 중심체제를 구상했던 미국과의 관계는 이재부터 새로운 궤적을 그리게될 것이다. <영 이코너미스트지="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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